“내 이름은 티피 벵자민 오강티 드그레”
부모님이 야생동물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일정한 거주지 없이 아프리카의 거대한 동물 보호 구역에 살고 있는 10세짜리 여자아이 티피. 그녀의 이름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영화 배우 티피 헤드렌(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의 여배우), 티피가 태어날 때 도와준 벵자민 아저씨, 나미비아 오밤보족 말로 ‘몽구스’를 뜻하는 오강티까지.
“내 재능은 동물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티피는 어린 시절을 동물들과 함께 보내면서 그들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알았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코끼리 아부와 산책을 하고, 비비 원숭이 신디와 우유병을 함께 빨고, 새끼 사자 무파사에게 손가락을 빨리며 같이 낮잠을 자고, 카멜레온 레옹에게 뽀뽀를 하고, 사람을 해치는 표범 J&B에게 콧잔등을 때리며 따끔히 야단을 치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동물을 보면 한 번쯤 감정을 나누고 싶어 시도해 보곤 한다.
“넌 무섭지 않니? 어떻게 그렇게 겁이 없니?”
그런 티피에게 사람들은 늘 이렇게 신기하게 묻곤 한다. 하지만 티피는 동물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은 있지만 무서워한 적은 없다. 사람들은 왜 뱀을 한번도 만져 보지 않고 무섭다고 얘기할까? 겁내는 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선입관 때문이다.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인간이 동물을 무서워하는 것은 동물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티피는 이야기한다. 티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이야기하듯이 믿을 수 있는 동물과 이야기한다.
“나는 아프리카 피를 가지고 있다”
티피는 자라면서 본 모든 것을 편견없이 받아들였다. 아프리카의 동물과 나무와 사람, 자신이 자라면서 본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나무가 착하다고 느껴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티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아프리카는 따뜻하고 솔직하며 기품 있다.
“나는 절대로, 절대로 길을 잃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교육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부러웠다. 10세 아이에게 이렇게 단단한 삶에 대한 희망과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을 만들어준 것은 무엇일까. 티피가 동물과 함께 한 10년 동안을 수천 통의 사진으로 남긴 드그레 부부의 애정도 한몫했으리라. 책상 앞에서 노랗게 시들어 가는 우리 아이들이 읽고 넓은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
김 혜 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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