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고주란/첫만남 업무얘기 자제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19분


나에게는 사람을 만날 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하우가 나름대로 있다. 만남의 성패는 첫 세 번의 만남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처음 만날 때 나는 가급적 명함을 건네지 않는다. 명함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행동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통성명을 통해 회사와 이름은 서로 알아야한다.

명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 대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자신이 있다는 말과 같다. 나는 개인도 하나의 브랜드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광고나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는 것처럼 말이다.

첫 만남의 화제는 회사나 업무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신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취미나 관심사를 파악해 이를 대화의 중심에 놓으려 애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출퇴근길에 많은 책을 읽어두면 유리하다.

일단 대화의 눈높이가 맞았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은 자연스레 업무상 중요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게 된다. 이때는 나서서 아는 체 하지 말아야한다. 마치 그 분야에 문외한인 듯 신중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되 비즈니스를 엮어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한다.

첫 만남이 성공적이었다면 바로 다음 약속을 잡는다. 이 때는 “편한 시간에 내가 맞추겠다”라며 기회를 주기보다는 “다음주 화요일 7시가 어떨까요”라고 확실히 제시해야한다. 만약 그때가 곤란하다고 하면 “그럼 목요일 같은 시간은 어떠신지요”라고 바로 대안을 줘야한다. 제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세 번 이상 일정을 조정하지는 않는다.

상대방과 만날 약속을 얻어냈다는 것은 일단 상대의 신뢰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이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는 두 번째 만남에서 얼마나 ‘윈윈전략’을 설득력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세 번째 만남도 마찬가지 과정으로 이끌어낸다. 이때는 윈윈전략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관계를 리드해가도록 해야한다.

미국 포천지는 최근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자질 자가테스트를 소개했다. 그 가운데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가’ ‘사람들에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할만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항목이 있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바로 이것을 물어야하지 않을까.

고주란 딜로이트 컨설팅 시니어 컨설턴트 jrko@d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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