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을 만나기 위해 9일 서울 신문로 금호그룹 사옥을 찾았다. 이 건물 3층에 있는 금호아트홀 객석에 앉아 금호현악 4중주단의 새음반 녹음현장을 지켜보던 박 회장은 기자에게 “아름답지 않습니까”라며 인사를 건넸다. 박 회장은 1990년 금호현악 4중주단을 창단했고 2000년에는 음악전용 극장인 금호아트홀를 개관했다. 》
-통영음악제 이사장 직을 맡은데 대해….
“재작년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된 뒤 금호현악4중주단이 이 행사에 출연하는 등 인연이 있었지요. 마침 윤이상의 장녀인 윤정씨가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을 통해 대기업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 음악제의 홍보주관사 역할을 하는 월간객석의 윤석화 대표가 ‘이사장직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혀 응하게 됐습니다.”
-이사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7년까지 이 음악제가 세계적인 행사가 되도록 물심양면의 도움을 주겠다는 각오는 서 있습니다. 여러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음악제 사무국은 통영 윤이상 생가 부근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을 본뜬 ‘동굴음악당’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제 개인적으로도 동굴음악당에 관심이 많습니다. 남산 외인아파트가 해체된 자리에 동굴음악당을 만들어 서울시에 기부하고 싶다고 제의한 적이 있지만 무산됐죠. 단단한 암벽을 깨고 연주홀을 설치한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에 갈 때 마다 훌륭한 시설과 분위기가 부러웠습니다. 통영의 극장부지도 경관과 조건이 손색이 없습니다. 모금 등을 통한 장기과제로 건립을 추진하겠습니다.”
1996년 금호그룹 회장직을 동생 박정구 회장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 회장은 “고급문화의 육성은 우리 사는 세상의 가치를 한차원 높이는 일”이라면서 기업경영보다 문화사업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98∼2001년 예술의 전당 이사장 재직시절 예술의 전당에 30억원을 기부했으며 예술의 전당측은 이 기금으로 국제콩쿠르 개최와 해외 유명악기 구매 등에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또 줄리엣 강, 리비아 손, 이유홍 등 현악 연주가들에게 악기를 무상임대하고 해외 독주회를 후원하는 등 젊은 음악인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요즘 띄는 신예 음악가가 있다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15·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대)를 유망한 ‘재목’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몇 명의 연주가에게 매년 1만2000달러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죠.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후원했습니다. 금호의 후원을 받은 연주가들이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될 때 만큼 보람이 큰 일이 없어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을 조금씩 배운 정도”라는 그는 중학교때 ‘돌체’ 등 음악감상실에 드나들며 클래식에 눈을 떴다. 미국 유학시절 룸메이트가 클래식광이어서 함께 음반을 사고 콘서트를 관람하며 음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매료됐다고 소개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