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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치동 살이' 월 800만원 - 20년전까지 '우물제' 지내던 깡촌 - 대치동의 '맞춤 라이프' - 1대1 대입컨설팅, 150만원에도 줄선다 - 부와 명예…선택된 사람들의 '계획도시' - 대치동 여고2년생 24시간 동행취재 |
▼학원 160여개 "처지면 죽는다"
대치동 일대에는 160여개의 보습 및 입시 학원이 몰려 있다. M학원의 J부원장은 학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학부모들이 돌아다니며 학원 수준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제일 신경쓰는 것은 구성원의 수준을 맞추는 일. 성적이 처지는 학생이 끼면 당장 항의가 들어온다. 그래서 반 구성 전에 엄격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떨어진 학생은 물론 다른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인근 삼성동으로 최근 이사온 김모씨(43·여)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학원 및 강사에 대한 정보전이다. 실력있는 강사를 잡은 학부모들은 좀처럼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몇 차례 학부모 모임에 끼이려고 노력했지만 벽이 높다. 어떻게 자녀에게 맞는 ‘학원 포트폴리오’를 짜느냐는 이 일대 학부모의 또 다른 고민이다.
▼강남의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서울 강남구 도곡2동 467번지. 대치동과 매봉터널, 양재천과 맞닿은 3만3000평 규모의 이 지역에 들어서면 건물들의 키재기 경쟁을 보는 듯하다. 98년 우성캐릭터199(31층, 61∼69평형)와 대림 아크로빌(48층, 54∼67평형) 완공에 이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삼성타워팰리스Ⅰ,Ⅱ,Ⅲ(55∼69층,32∼103평형)이 들어선다. 타워팰리스 103평형대 시가는 20억원을 넘어섰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0평형대 값을 추월했다. 그 대각선에 위치한 도곡 고층 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고급아파트인 동부 센트레빌(20층)로 탈바꿈하며 인근 대한투자신탁 연수원 터에도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고급아파트가 들어설 예정. 2003년까지 모두 5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촌이 된다. 이어 라성건설의 아카데미 스위트와 동부센트레빌이 들어설 예정.
▼돈따라 금융기관들 우르르
“보험가입률이 국민 전체 가구의 80%에 이를 정도로 보험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강남 고객들을 잡겠다는 게 사옥 이전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는 도곡지역이 주 타깃이다.”
동부화재가 15일 대치동 동부금융센터로 사옥을 옮기는데 동부화재 원승관차장의 얘기다. 동부화재에이어 보험사들이 줄줄이 강북에서 테헤란로로 본사를 옮긴다. 이제 서울벤처밸리는 ‘인슈어런스(insurance) 밸리’로 이름이 바뀌어야 할 지도 모르게 됐다. SK증권도 올들어 첫 투자설명회를 7일 대치역지점에서 가졌다. 통상 첫 투자설명회는 ‘큰 손’이 많은 압구정지점에서 하는데 올해는 좀 다른 동선을 택했다. SK증권 김능집대리는 “이 지역에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 많아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고 자금 여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부인 다시 떴나
지난해말 강남 한 음식점에서 열린 유니에셋 가맹점 부동산업체의 송년회장. 화제는 대치및 도곡동 지역의 이유를 모를 아파트값 상승이었다.
“88년 올림픽 때랑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비슷해.” “작전 세력이 뜬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를 수가 없지.” “값을 올릴 만큼 올려놓고 이미 빠져나간 것 같으니 조심해야 할꺼야.”
참석자들이 제 각각 던지는 말 속에는 한결같이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려가 배어있었다. 이 지역 아파트 값 상승은 교육열과 초고층아파트 등장 및 재건축수요가 빚어낸 합작품. 결국 정부의 투기대책까지 나왔다.은마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한달새 5000만원이 올랐다. 과연 이 지역이 서울 아파트값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부동산업계 뿐만 아니라 세정당국도 눈을 부릅뜬 상황이다.
▼되살아난 양재천의 자연
대치동 주민 김성재씨(47)는 요즘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날씨가 매서워지면서 양재천 나들이를 자주 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6년전만 해도 이곳이 악취로 오래 서 있을 수조차 없는 하천이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 이젠 초등학생들이 징검다리에 걸터앉아 스케치북을 들고 생태공원의 모습을 그리는 정겨운 장소로 바뀌었다. 너구리, 청둥오리, 수리부엉이, 백로, 잉어떼…. 7.4㎞에 이르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싸악 풀린다. 밤에 제방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의 불빛을 즐기다 보면 외국 도시에 온 것 같다. “대치동을 찾은 것은 아이들 ‘학원’ 때문이었지만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양재천”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양재천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 감사원장회의에서 세계적인 생태계 복원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대치동 7년차 주부의 한마디 "아니, 우리 동네 왜 뜨는거예요"
대치동 우성아파트 45평형에 살고 있는 주부 박인경씨(44). 7년째 이곳에 살고 있지만 요즘 이 지역이 주목을 받는 것에 영 어리둥절해 한다.
“94년 이사올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학원도 많지 않았구요. 1∼2년 사이에 학원이 갑자기 마구 생겨나더니 이젠 건물마다 학원없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전학 오는 학생도 늘었구요. 여기 온다고 다들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 올려고 난리인지. 하긴 학원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아이에 맞는 학원을 찾기가 쉽고 오히려 과외비가 덜 드는 장점이 있죠. 수능 준비하기도 좋고요.아이를 보면 안스러울 때도 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주위에서 친구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모양이예요. 어울리는 사람들도 학원에서 그룹 지어주는 애들에 따라 달라져요. 여기가 부자 동네라고 하는데, 글쎄요. 기업체 사장들은 많지 않고 법조인과 의사들이 꽤 사는 것 같아요. 큰 부자들은 없는 셈이죠. 요즘 아파트 주민들이 모이면 단연 화제는 아파트 값이예요. 자고 나면 오르니 주민들이 놀랄 지경이라니까요. 이번 기회에 팔고 나가야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대부분 생각 뿐이고 잘 나가질 못해요. 옮기더라도 삼성 타워팰리스 들어선 쪽으로 가겠죠. 자녀 교육도 교육이지만 양재천 때문에 공기도 맑고 산책코스도 좋거든요. 그냥 한적한 아파트촌인데…. 하여튼 이젠 관심 좀 꺼줬으면 해요. 곧 이상 열기는 사그러 들겠죠?”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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