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빵집’은 대림아크로빌과 삼성타워팰리스가 만나는 지점에 2년전 문을 열었다. 제빵사 김영모씨가 운영하는 수도권 4개의 직영점 중 가장 큰 곳. 빵집은 행정구역상 도곡동에 속하지만 고객구성은 IBM과 삼성증권 등 인근 회사원 20% 정도와 일부 다른 지역 고객을 제외하면 미도 선경아파트 등 대치동 주민들이 70%에 이른다.
‘동네 빵집’이지만 외지인들이 흔히 약속장소로 삼는 현대비전 21오피스텔 빌딩 1층에 있어 ‘강남역 뉴욕제과’, ‘압구정동 맥도날드’와 비슷한 ‘랜드마크’가 돼 가고 있다. 그러나 ‘맞춤형 빵’을 앞세운 점은 차별화된다.
김영모빵집은 일반적인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제품 생산 종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종의 빵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매일 생산한다. 다품종으로 입맛이 제각각인 고객들의 기호를 만족시키되 종 별로는 소량생산한다는 원칙. 마케팅 전략은 선택받은 소수의 고객을 위해서 하나의 디자인으로 단 몇벌의 옷만을 만드는 파리 패션계의 고급 디자이너 샵들, ‘오트 쿠튀르’의 전략과 흡사하다.
대량생산된 한 두 개의 인기메뉴로 고객의 입맛을 획일화하는 대신, 값비싼 재료를 이용해 종별로 소량만 만들어 다양하고 차별화된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핵심. 과목, 영역, 난이도에 따라 세분화된 학원이 전국 최고, 최대의 ‘학원백화점’을 이룬 이 동네의 교육환경과 닮음꼴이다. 빵집의 하루 역시 ‘교육’과 ‘뭔가 다른 삶’이 핵심코드인 대치동의 24시간과 맞물려 돌아간다.
주고객인 주부들의 요구사항은 다양하게 변주돼 빵에 투영된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주방에서는 도곡동 개포동 유치원들이 ‘간식용’으로 주문한 고선도 빵들이 분주하게 만들어진다. ‘몽블랑’ 패스츄리, 당근케이크, 야쿠르트 타르트 등이 주 품목. 부모들의 요청으로 망고, 무화과 등 과일의 함유비율을 높이고 특수반죽을 해 촉촉하고 부드럽게 하는 대신 당도를 줄였다.
오후에 빵집을 찾는 학부모들은 30여종의 식빵 가운데 쫄깃한 맛을 강화한 ‘델리스’와 ‘모짜르트빵’을 즐겨찾는다. ‘모짜르트빵’은 특히 12시간 동안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주며 발효시킨 것으로, 아이들의 ‘감성지능(EQ)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믿는 엄마들이 고른다.
저녁시간에 동네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은 ‘끼니대용’성 야식. 완두콩과 찹쌀떡을 넣은 찹쌀바게트, 오트밀이 뿌려진 ‘바이킹 브롯 바게트’의 인기가 높다. 밀과 콩의 비율이 높아 위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자정 너머까지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허기를 채우는 야식으로 선택된다. ‘포토스캐너 케이크’는 아버지들이 퇴근길에 많이 사간다. 아이의 사진을 가져다 주면 실사와 다름없는 화상으로 만들어 케이크 위에 올려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