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한국의 맛, 세계 입맛 당긴다

  • 입력 2002년 1월 10일 14시 47분


콩나물 골파 계란볶음을 곁들여버터에 볶은 새우요리와 보리밥
콩나물 골파 계란볶음을 곁들여
버터에 볶은 새우요리와 보리밥
유로화의 공식 통용으로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통일돼가는 유럽. 음식만큼은 서울에서도 ‘아시아 통일’이 이뤄지고 있다. ‘아시안 푸드’라는 이름 아래 신 개념의 메뉴들을 선보이는 레스토랑들이 호텔가, 도심 비즈니스 빌딩 근처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대체 ‘아시안 푸드’란 뭘까. 아시아라고 지역적으로 확장된 개념을 앞세웠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범한식’ 혹은 ‘미래의 한식’이라 할 수 있다. 서구음식을 일본인 취향에 맞게 수용한 돈가스와 캘리포니아롤이 ‘일식’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모티브는 한식에서 따오지만 각국 재료의 고유한 특징들을 뽑아 이들을 섞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식이 만난다는 점에서는 퓨전 푸드와 출발점이 같습니다. 그러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해체, 융합해 새로운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복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콤비네이션(Combination)푸드라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에 이달 새로 문을 연 ‘카페 드 셰프’의 수석주방장 서지 리고댕의 말이다. 90년대 후반 열풍처럼 불었던 ‘퓨전 푸드’가 실험정신이 가득한 다국적 창작요리였다면 작금의 ‘아시안 푸드’는 ‘한식의 세계화’와 맥락이 닿아 있는 ‘한식 우성(優性)요리’라 할 수 있다.

‘카페 드 셰프’에서는 김치볶음밥과 외관상 흡사한 ‘김치맛의 버섯 리조토’를 주문하는 외국인이 하루에도 몇 명씩 눈에 띈다. 리고댕씨는 “김치는 너무 맵지만 ‘김치주스(김치국물)’는 너무 맛있다. 이것을 응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치는 실미나리처럼 가늘게 썰어 양념 안 한 ‘배추맛’에 가깝게 했고 파마산치즈와 크림을 넣어 ‘리조토’ 스타일로 가공했다.

영어로는 똑같이 ‘핫 앤 스파이시(hot & spicy)’로 표기돼도 매운 맛의 결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리고댕씨는 ‘김치맛 버섯 리조토’에 대해 “한국적인 매운 맛이 아니라 멕시코나 동남아 음식의 매운 맛과 흡사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치볶음밥을 곁들인 바베큐 돼지갈비구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은 지난달 ‘아시안 푸드’ 전문점인 ‘아시안 칼라스’를 열었다. 이곳에서도 ‘김치주스’를 사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총 주방장 마틴 브루거는 “이 소스는 워낙 응축돼 있어 조금만 사용해도 은은한 마늘향을 내고 쌀밥의 분위기를 ‘핑크빛’으로 만들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평한다. 이곳의 인기메뉴인 ‘보리밥 콩나물 골파 계란볶음을 곁들인 버터에 볶은 새우요리’에는 보리밥의 퀴퀴한 맛을 덜기 위해 레몬소스와 코코넛크림을 넣는다.

서울 역삼동의 ‘동방견문록’은 ‘통삼겹살찜’을 내세운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라는 원재료를 이용하지만 청경채와 생강을 넣고 푹 찐 뒤 굴소스, 데리야키소스를 함께 버무려낸 것이다. 단호박에 쇠고기 양념을 버무린 ‘단호박 만두’, 토마토와 마늘에 새콤한 ‘다이다이(열대과일의 일종)소스’를 곁들인 ‘통마늘 스테이크’역시 ‘아시안 푸드’로 포장돼 있다.

두 달 전 서울 중구 태평로 파이낸스빌딩에 문을 연 또다른 아시안푸드 레스토랑 ‘미세스 마이’의 경우 ‘칠리소스의 볶음국수’가 빌딩 내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칠리소스’라고 이름 붙였지만 실제 내용은 서양식 칠리소스에 홍고추와 젓갈 간장 설탕을 추가한 한국맛. 맵지 않게 조리한 떡볶이 맛이 나는 것 같다가도 달착지근한 뒷맛이 오래 남는다.

▽이곳에서 맛보세요▽

<동방견문록>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제일생명 사거리 백암빌딩 1층.

‘떡갈비 스테이크와 와사비 파이클릿’‘통마늘스테이크’ 등이 인기 메뉴. 일본인 주방장 이와사키 다케시가 재료들을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달착지근하게 가공한다. 정식은 1인분에 3만원 이상.02-593-3355.

<카페 드 셰프>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1층.

아시아와 남부유럽의 음식이 혼재돼 있다. ‘새우와 닭고기 볶음밥’ ‘김치맛의 리조토’ ‘불고기를 채워 구운 파스타’ 등 한국식으로 가공된 다양한 메뉴가 2만3000∼3만2000원. 와사비소스의 도미구이, 연어스테이크 숯불구이 등 색다르게 가공된 생선요리도 있다. 02-2270-3131.

<아시안 칼라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 1층.

오리샐러드, 몽골리안치킨샐러드 등 다양한 샐러드, 보리밥에 간장소스를 곁들인 연어스테이크, 태국식 닭고기 카레, 김치볶음밥을 곁들인 바비큐돼지갈비구이가 2만∼2만8000원. 내부에는 무선 랜(LAN)이 깔려있다. 02-531-6604.

<미세스 마이>

서울 중구 태평로 파이낸스센터 지하1층.

빌딩 내 10여개 음식점 중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줄을 서기로 유명하다. 연두부 아몬드, 마이치킨, 해물냄비 제육겨자쌈 등 1만2000∼1만8000원대의 단품메뉴가 인기다. 도시락은 7000원. 02-778-7718.

▽김치맛의 버섯리조토▽

<2인분 만드는 데 드는 재료>

쌀 80g, 표고버섯 채 썬 것 30g, 송이 버섯 20g, 파마산치즈 10g, 양파 20g, 화이트와인 20㏄, 버터 20g, 닭 육수 70㏄, 김치국물 150㏄, 김치 다진 것 10g, 마늘다진 것(오일에 담갔다 볶은 것) 4㏄, 생크림 20㏄

<만드는 법>

(1)버터에 양파와 마늘다진 것을 볶다가 송이버섯과 불린 쌀을 넣고 색이 나지 않도록 볶는다.

(2)화이트 와인과 닭 육수, 김치국물을 차례로 넣고 7분 정도 끓여 리조토를 만든다.

(3)마늘 다진 것에 표고버섯 채 썬 것을 볶다가 ②를 넣고 생크림, 닭 육수, 파마산치즈, 김치를 넣어 익힌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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