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모 입시 전문기관이 최근 고교생 자녀를 둔 대치동 거주 학부모 214명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저축이라도 좀 하고 살려면 월 800만원은 있어야 대치 살이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얻었다. 응답자들의 평균 자녀수는 2.3명이었다.
항목별로는 아파트 관리비를 포함해 의식주에 들어가는 돈이 200만원, 경조사비와 외식비, 용돈 등 ‘사람 노릇’을 하고 사는데 필요한 품위유지비가 150만원, 노후를 위한 연금과 저축 등이 150만원이다. 나머지 300만원은 교육비. 이중 20만원은 납입금 교과서 구입비 보충수업비 등 ‘공교육’ 비용이고 30만원은 학교 ‘인사비’, 250만원이 사교육비다. 물론 가정별로 편차가 있다.
사교육비만 따져도 전체 생활비의 31.3%에 이른다. 평균 자녀수인 2.3명에 들어가는 사교육비 항목을 좀더 들여다보면 △과외비 97만원 △학원비 74만원 △예체능 실기 지도 24만원 △예체능 학원비 35만원 △기타 학습지와 참고서 구입비 20만원 등이다.
그러나 대치동에 사는 일부 학부모들은 “줄여 잡아도 한참 줄여잡은 수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씨는 “방학 때 받는 특강 수업과 경시대회 준비,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받는 반짝 과외, 논술과 심층면접 과외비까지 합하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초등학생은 70만원, 중학생은 100만원, 고교생은 300만∼400만원은 든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가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규모도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출생 순서에 관계없이 아들과 딸의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평균 62대 38로 아들에 대한 투자액이 훨씬 컸다. 큰 아이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인 경우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54대 46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큰애가 아들이고 둘째가 딸인 경우에는 그 비율이 68대 32로 더블 스코어가 됐다.
입시기관 관계자는 “딸인 경우 학원 과외만 시키는 학부모들도 아들에게는 개인 과외를 몇 명 붙여주는 식으로 과외비를 더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