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민중신학자 김진호목사 "교회의 권력화가 기독교 위기"

  • 입력 2002년 1월 10일 18시 04분


민중신학의 제3세대를 대표하는 김진호 목사가 저서 ‘반신학의 미소’(삼인)을 펴냈다. 이 책에서 김 목사는 이전 세대의 신학을 ‘반(反)신학’으로 규정하고 제3세대의 문제의식을 담아 ‘탈(脫)신학’을 제안했다.

“‘반신학’이란 말은 70년대 민중신학자 서남동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민중신학’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직접적인 신변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시절의 용어지요.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탈근대적인 문제의식을 담아 이를 ‘탈신학’이라는 용어로 다시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반신학’은 ‘서양-백인’ 대 ‘우리’라는 이분법을 담고 있는 데 비해, 이제는 이런 이분법적 구도의 해체와 함께 우리 자신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김 목사의 주장이다.

1970년대에 민중신학을 개척한 안병무 서남동 목사가 제1세대라면, 강원돈 목사처럼 1980년대에 신학과 마르크스주의와의 대화를 모색하며 한국사회의 변혁논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제2세대, 그리고 김 목사를 비롯해 최형묵 이정희 목사 등 1990년대 이후 전지구화, 근대성 등 우리 시대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적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3세대다.

김 목사는 소장 민중신학 연구자들과 함께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를 만들어 민중신학의 제3세대를 꾸려가며, 1987년 민중신학의 이상을 가지고 세워진 한백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이번 저서는 김 목사가 그 동안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을 모은 것이지만, 그 안에는 일정한 지향점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교회’라는 것으로 과도하게 표상돼 온 기독교에 대한 자기 비판입니다. 기독교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면 그것은 기독교가 과도하게 교회를 통해 대변되면서 권력화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우리 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변천해 온 민중신학이 이 시대의 기독교에 다시 자기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찬 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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