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트 비즈니스’란 이들에겐 해동(解冬)의 봄볕과도 같은 화두. 지금까지는 몸피 불리기에만 신경쓰다가 실패했다면 이제는 알맹이의 실함으로 이문을 남기자는 발상의 전환을 뜻한다. 한다미로 뚝배기(미디어)는 장맛(콘텐츠)이란 것.
관건은 뚝배기와 장맛의 조화. 신간 ‘미디어는 콘텐츠다’(김영사·1만4900원)는 콘텐츠 조리법의 기초부터 응용까지 아우른 흔치않은 국내서다.
여기에는 신문 방송 웹케스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뚝배기에 어울리는 문화콘텐츠(CT·Culture Technology)라는 장맛을 개발하기 위한 풍성한 사례 분석이 담겼다. 번역서로 착각할 만큼 다양한 표와 그래프로 정리된 다채로운 정보가 포만감을 더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저자 심상민씨(35)는 “이 책이 무겁게만 생각해온 미디어와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취급돼온 콘텐츠의 행복한 만남을 맺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만남’의 첫단계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 그는 “음식인 콘텐츠가 맛있지 않으면 그릇인 미디어는 쓸모가 없다는 인식으로 서로를 공동운명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다음에는 고급화, 맞춤화, 전문화를 통해 콘텐츠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는 것. 실례 중 하나를 1970년대부터 토박이 문화 등 우리 콘텐츠로 성공한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찾은 것은 뜻밖이다.
심씨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친뒤 일간신문과 경제신문 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 심씨는 미디어를 향해서도 솔직하고 구체적인 고언을 했다.
“올드 미디어인 언론은 과감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해야한다.” “남북회담이나 통일 등의 이슈도 외국 미디어에 비싸게 팔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 상품이다.” 등 등.
“한국엔 언론기관만 있고 언론기업이 없다”고 일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면 공영방송에 대한 과감한 구조개혁을 못하면 한국의 문화가 공멸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그는 몇 십년째 자기자본금 10억원을 고수하는 MBC처럼 기형적인 형태를 고수하다가는 저급한 영상 콘텐츠가 판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이 탁월한 상상력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성공시킨 배경에는 세계적인 고급 미디어인 BBC 방송이 내보내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심씨는 “콘텐츠 비즈니스란 단순한 장사의 개념을 뛰어넘어 국민의 정신을 고양하는 인프라라는 사실을 정부나 기업, 언론이 서둘러 깨달아 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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