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11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사실상 붕괴됨에 따라 향후 이 지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설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이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문명충돌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충돌은 역설적이게도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급증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문화적 갈등의 원인이 종교라고 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종교와 문화의 관계 및 새 문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느 사회든 문화적 공감대, 사회통합의 기능을 해온 것은 종교였다. 그러나 문명과 문명이 만날 경우 종교에서 그런 것을 찾기는 힘들다.
종교는 문화에 무조건적인 의미를 제공해주면서도, 바로 그 문화라는 그릇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준다. 그러므로 인류에게는 종교가 서로 다름에 따라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성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성을 묶어줄 수 있는 통합원리 아니 적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자세나 상호 공통된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을 볼 수 없다.
또한 문명의 충돌을 넘어 문명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러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슬람권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거나 서구적 시각으로 이슬람권을 해석하여 대화가 다시 충돌로 이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이슬람 세력과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있는 적대적 이해 당사자인 유대와 서구 중심의 언론과 정보를 통해서 이슬람세계를 이해해왔던 지적 편중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지적 편중의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책으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2000년)과 ‘문화와 제국주의’(창·1995년)를 권할만하다. 이 책들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이슬람권을 서구식으로 이해해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두 책의 내용 모두를 무슬림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들은 이 책들이 기존의 서구시각보다는 진일보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서구적 시각을 갖고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이 많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이 책들은 이슬람권 이해와 문명간의 대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교일치인 이슬람권사회에서는 신학과 법학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이슬람법(샤리아)이 사회를 지배한다. 이렇게 사회를 지배하는 이슬람법의 복잡한 구도를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는 ‘이슬람법 사상’(아카넷·2000년)이 있다.
선문대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