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원본 복원 논란…없어진 첫머리 두장 재현 주장나와

  •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29분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원본 (왼쪽)정우영 교수가 최근 안평대군체로 되돌려 놓은 복원안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원본 (왼쪽)
정우영 교수가 최근 안평대군체로 되돌려 놓은 복원안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원본(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한문본)은 앞 표지와 첫 머리 두장이 떨어진 채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됐다.

이 책이 발견된 지 60여년만에 앞부분 두 장을 원래의 글씨체인 안평대군 필체로 복원하는 방안이 학계에서 제시됐다. 이 두 장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뜻과 자모에 대해 설명한 ‘머리말’에 해당한다.

동국대 정우영교수(국어학)는 최근 이같은 복원안을 마련해 학술지 ‘국어국문학’ 129호에 ‘훈민정음 한문본의 낙장 복원에 대한 재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1940년 훈민정음 원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한걸씨. 당시 이씨는 국문학자 김태준씨에게 의뢰해 떨어져 나간 앞부분의 두 장을 ‘복원’했다.

김태준씨는 각종 문헌자료를 토대로 훈민정음 앞부분에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써넣은 것. 글씨는 이씨의 3남인 용준씨가 안평대군체를 모사해 썼으며 표지와 앞부분 두 장을 원본에 덧붙여 놓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훈민정음 원본은 문화재수집가 간송 전형필 손에 넘어가 그가 설립한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정교수는 “이용준씨가 모사한 붓글씨는 원본 필체의 주인공인 안평대군 필체에 비해 품격이 떨어지고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 복원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복원안을 계기로 1446년 발간 당시의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교수의 복원안은 이용준씨의 모사 글씨체를 버리고 낙장되지 않은 부분에서 한자 241자와 훈민정음 초성인 자음 16자 등 모두 257자를 엄격히 채자(採字)해 옮겨 씀으로써 안평대군 필체로 바꾼 것이다. 또한 구두점과 사성점 표시도 한문본과 동일한 모양으로 복원했다.

그동안 훈민정음 원본은 이용준씨가 붓글씨로 모사할 때 일부 글자를 잘못 적어넣는 등 실수를 범해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간송미술관 소장 원본 실물이 아닌 영인본을 대상으로 네 차례에 걸쳐 앞부분 두 장에 대한 복원안이 나왔으나 글씨체를 원래 필체대로 재현한 복원안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측은 “원본에 대한 복원은 또다른 훼손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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