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호타루' 주연 다카쿠라 "한국영화 에너지 부럽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8시 02분


“46년간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제는 먹고 살기 위한 게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일본 영화 ‘호타루’(반딧불이)에서 주연을 맡은 일본의 영화 배우 다카쿠라 켄(高倉健·71)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영화 ‘호타루’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특공대원이었던 야마오카(다카쿠라)가 조선인 상관 가네야마(한국명 김선재)의 가족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여기에 가네야마의 연인을 아내로 맞은 야마오카의 애절한 사랑이 곁들여져 일본에서 250여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일본의 국민 배우로 꼽히는 그는 ‘철도원’ ‘미스터 베이스볼’ ‘쇼와잔 협전’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 지하철 역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 부모를 개인 자격으로 ‘호타루’ 시사회에 초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호타루’는 도에이(東映)영화사 창립 50주년 작품인만큼 일본 영화계가 한국에 던지는 ‘화해의 제스처’로 보는 이도 많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반세기 전에 일어났던 비극을 잊지 말자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내 고향인 후쿠오카는 일본 대도시 중에서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내 친구 중 절반은 재일교포였다. ‘아리랑’ ‘도라지’같은 노래가 마치 일본 구전 민요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일본 관객이 ‘호타루’를 좋아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 이야기가 소재지만 가족애와 부부애 등 보편적인 인간 정서를 다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극중 가네야마의 고향을 한국 전통 문화의 상징인 안동 하회마을에서 촬영했다. 한국 관객을 겨냥한 것인가?

“처음에는 강릉 속초 등을 둘러봤는데 하회마을이 가장 고향의 분위기를 잘 내는 장소같더라. 감독 역시 그렇게 판단했고 그 결정에 따랐다.”

-일본에서 한국 영화를 본 적 있나?

“최근 ‘친구’를 봤는데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그 에너지가 부럽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공연한 할리우드 ‘블랙 레인’(1989년)에서도 그랬지만 영화에서 늘 얼굴이 딱딱하다. 사실 지금 기자회견장에서 그렇다. 특별한 이유라도….

“긴장을 하면 이렇게 얼굴이 굳어진다. 사실 영화 배우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게 기자회견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건장한 체격(180㎝)의 다카쿠라 켄은 실제로 기자회견 내내 사무라이를 연상케하는 흐트러지지않는 표정을 지었다. “40대처럼 보이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은행에 내야할 할부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유머를 던지기도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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