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식품공학과 이형주(李炯周·사진) 교수는 “암은 유전자의 고장으로 세포가 변형되는 ‘개시 단계’, 10여년 동안 세포의 변형이 계속 되는 ‘촉진 단계’를 거쳐 암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진행단계’로 이행하는데 암의 촉진 단계에서 과일 채소 녹차 등에 풍부한 비타민C와 퀴시틴이라는 물질이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이 교수는 △정상세포군 △암세포군 △특정 물질을 투여한 세포군으로 나누어 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때 단백질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각각 ‘웨스턴 블랏’이라는 촬영법으로 찍어 분석했다. 이 기법으로 암의 촉진단계에서 비타민C가 암의 진행을 막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1월 12일자)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또 이 과정에서 퀴시틴이라는 물질이 비타민C보다 더 큰 항암작용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 연구결과는 조만간 영양학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지인 ‘미국 임상영양학저널’에 ‘비타민, 식이요법, 암 예방’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비타민C가 암 개시기에 세포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암을 예방한다고 여겨왔지만 촉진기에서 암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것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교수는 “비타민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암 예방에 좋다는 가설이 있었지만 자연상태의 채소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렇다고 고기는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면서 채소나 과일을 듬뿍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암의 진행단계로 들어섰다면 음식에 의한 예방법이 아니라 수술, 약, 방사선치료 등을 통한 치료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