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전성기인 1964년에는 수백여개의 전국 소주공장마다 각각 상표를 붙여 소주를 팔았다. 생계 유지조차 힘들었던 이 시절 소주는 애주가들의 유일한 낙이었던 셈.
‘진로’ ‘명성’ ‘삼학’ 등 3대 브랜드는 1960∼197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상표로 통했다. 1973년엔 ‘1도(道) 1사(社)’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주 상표는 보해 금복주 대선 선양 경월 등 10가지로 줄었다. 1954년 탄생한 ‘진로’는 이후 최고의 브랜드로 군림하며 ‘참나무통맑은소주’(1996년), ‘참진이슬로’(1998년) 등으로 명성을 이었다. 김삿갓 산뜻 참 영의정 옛향 등 지방 소주사들의 상표는 애주가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름. 1993년 경월소주를 인수한 두산은 ‘그린소주’와 ‘산(山)’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맥주는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들어온 ‘삿포로’ 맥주가 최초. 이후 ‘에비쓰’ ‘아사히’ ‘기린’ 등이 들어왔고 다시 ‘유니온’ ‘사쿠라’ 등이 가세했다. 해방 전까지는 삿포로와 기린맥주의 2강 체제. 해방 후에는 기린맥주가 OB맥주로, 삿포로가 크라운맥주로 상표를 바꿨다. 1973년엔 ‘이젠백’ 맥주가 나와 3개 브랜드 경쟁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외국맥주와의 합작붐에 따라 ‘칼스버그’가 나왔고, ‘크라운수퍼드라이’ ‘OB수퍼드라이’ 등의 브랜드가 유행했다. 1990년대 들어 진로 ‘카스’와 ‘하이트’맥주가 나왔다. ‘만년 2위’ 조선맥주의 하이트는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위스키로는 ‘베리나인 그린’이 국내 최초의 상표. 1978년 ‘베리나인 골드’가 나왔고 이후 진로의 ‘로얄’(1979년), OB씨그램의 ‘블랙스톤’(1981년) 등이 뒤를 이었다. 1990년대들어 등장한 ‘임페리얼클래식’, ‘퀸앤’ 등은 이후 프리미엄급 위스키 소비를 늘리는 계기가 됐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