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 음료시장은 92년 제일제당이 ‘컨디션’을 내놓으며 처음 개척했다. 이후 폭주를 즐기는 한국인의 음주방식과 맞아떨어져 96년에는 생산업체가 20여개로 늘고 시장규모도 540억원대로 확대됐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첫 번째 시련이 닥쳤다. 알지오 오케이 비젼 써포트 시티맨 등 후발 브랜드가 무더기로 퇴출되고 시장규모는 150억원대로 축소됐다.
이후 99년의 벤처열풍이 침체됐던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기술력을 자랑하며 새로운 성분을 첨가한 숙취해소음료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래미의 ‘여명 808’, 지구자를 넣은 미래바이오의 ‘리셉션’, 참나무추출액인 바이오오키의 ‘영림수’, 인삼성분을 넣은 홍삼나라의 ‘파워롱’ 등 쟁쟁한 브랜드가 무대에 등장했다.
중국의 한방 비전(秘傳)을 응용했다는 일화의 ‘해주로’ 등이 뒤를 이었으며 음료업계의 공룡인 롯데칠성이 광동제약과 제휴해 만든 ‘필’까지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작년초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속풀이 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작년말 독주(毒酒)판매의 신장세, 내수경기의 부분적 회복과 맞물려 제약회사들이 주도하는 ‘3차 속풀이 전쟁’이 본격화됐다. 종근당이 쌀눈발효추출물 벌꿀 로열젤리 등이 들어있는 음료와 고분자키토산 캡슐 2개가 함께 들어있는 이색상품 ‘땡큐’를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원제약도 작년말 바이오벤처기업 프로바이오텍이 개발한 숙취제거음료 ‘단(丹)’의 판매권을 확보해 약국을 통해 공급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대웅제약은 11월 타우린 로열젤리 비타민C 등이 들어간 피로회복 드링크제 ‘박력1000’을 선보이며 “숙취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넌지시 강조했다. 조선내츄럴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 한의학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굿모닝 365’를 내놓았다. 메디코리아도 누에고치 번데기 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실크아미노산을 주성분으로 한 정제형 숙취해소제 ‘제로’를 선보였다.
컨디션으로 10여년째 시장을 지키며 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제일제당은 오히려 느긋한 입장. 제일제당 관계자는 “1,2차 ‘속풀이 전쟁’을 치를 때마다 후발 참여업체들의 판촉활동으로 전체시장이 커졌다”면서 “독주 판매량은 계속 늘고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어 올해 시장은 900억원대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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