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새해초 폐암에 걸린 이주일씨의 권유로 담배를 끊는 이들이 많은데요.”
“저도 예전에 많이 피웠는데 1984년 9월 8일, ‘한순간’에 끊어버렸습니다.”
김추기경은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내며 자신의 금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그해 봄에 한 번 담배를 끊었죠. 그런데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셔셔 103위 시성식을 성공리에 마친 뒤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제게 ‘이렇게 좋은 날이니 한 대 피우시라’고 권해 결국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습니다. 하지만 강론 강연을 많이 해야 하는 성직자가 담배 때문에 목 상태나 몸이 좋지 않게 된다면 그건 성직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한순간에 단호하게 끊었죠. 담배를 끊고 한 달 동안이나 답배 갑을 책상에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만 한 대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담배 유혹을 스스로 물리치려했던 겁니다.”(김추기경)
남에게는 늘 자애롭고 너그러운 추기경이지만 스스로에겐 얼마나 엄격한지를 잘 드러내는 일화였다.
에피소드 둘.
김추기경이 인터뷰 말미 자신의 얼굴 사진이 담긴 열쇠 고리를 기자에게 기념품으로 선물하며 면서 이렇게 말을 건넸다.
“저도 올해 출마합니다. 기호는 1번입니다.”
“?”
“지역구는 천국입니다.”
추기경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지만 기자들은 따라 웃을 수 없었다. 추기경이 올해 여든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기경의 미소 속에 언제 어느 순간 하느님 앞에 선다해도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엄숙한 각오’를 읽을 수 있어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