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대인들이 돈 버는 비결? 첫째, 5000년이라는 역사야. 우리 민족은 경작할 땅도, 사냥할 숲도, 아무 것도 없었어. 의지할 것이라곤 머리와 빈곤의 밑바닥에서도 자신감을 안겨주는 영광의 전설뿐이지. 중요한 건 머리야. 양모, 비단, 무명 아무거라도 좋아. 사들인 천을 두 조각으로 잘라 조금씩이라도 더 비싸게 파는 거야. 그것으로 더 큰 천을 사서 세 조각으로 잘라 같은 방식으로 팔지. 벌어들인 돈으로 살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천을 사. 그렇게 몇 백 번이고 되풀이 하는 사이, 스스로 5000년을 이어 내려온 장사꾼 핏줄이란 걸 알게돼. 어때, 간단하지?”
무일푼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부를 쌓은 유대인 로스차일드 가문.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은 이들의 이야기다. ‘가난한 아빠’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인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를 일컫는 말이고 부자 아들은 그의 다섯아들들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 전쟁, 러시아 혁명, 프랑스 혁명, 제2차 세계대전 등 세계적인 사건을 배후조종하거나 사건에 개입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계급으로 성장해온 가문. 특히 부의 원천인 다이아몬드와 우라늄 업계를 장악해 거의 전세계를 떡 주무르듯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하벙커에서 진두지휘한 딕 체니 부통령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이며, 우리 나라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하면 생각나는 국제금융시장의 큰 손 조지 소로스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핵심인사 중 하나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가 거지굴을 방불케 하는 프랑크푸르트 게토(유대인 빈민가)에서 환전상을 해 부의 기반을 닦은 데 이어 다섯 아들이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빈, 나폴리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부를 확장시켜 온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와 권력을 거머 쥐었던 대다수 사람들이 그 시대와 함께 전쟁 혁명 공황의 뒤안으로 사라지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독특한 성공 비결을 느낄 수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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