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식인을 묻는다’(삼인)라는 다소 논쟁적인 제목의 저서를 내놓은 경상대 사회학과 강수택 교수. 이 시점에서 지식인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유에 대해 그는 1990년대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야 했던 한국사회 지식인들의 특수성을 들었다. 서구의 이론에 길들여져 온 근대 이후 한국의 지식인들일지라도, 이제 더 이상 서구의 고전적인 진보적 지식인 상에 기대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장 프랑스와 리오타르의 지식인 종언론이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요. 근대성에 대한 요청의 강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서구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화의 진전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풍미 속에서 비록 일부에서는 지식인 종언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지식인 담론은 우리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지식인 상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대안적 지식인 상을 찾기 위해 강 교수가 이 책에서 시도한 방법은 칼 만하임, 안토니오 그람시, 장 폴 사르트르, 미셸 푸코,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서구사회의 지식인론을 검토하고,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사회에서 펼쳐진 지식인론의 역사를 꼼꼼히 짚어 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90년대 지식인 담론의 연장선상에서 도달한 대안적 지식인 상에 강 교수는 ‘시민적 지식인’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시민적 지식인 상이란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지식인 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서 여러 사람들이 구성해 온 지식인 상을 나름대로 가다듬어 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시민적 지식인이란 ‘생활 세계’를 지키고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공적 사안에 관심을 갖고 지성으로써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강 교수는 “모든 지식인은 잠재적 시민이며 모든 시민은 잠재적 지식인”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생활세계를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비판적 지성을 가지고 자율적 노력을 한다면 모든 시민이 언제든 지식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한국의 시민사회가 진정한 합리성에 근거해서 인간화되어 갈 수 있도록 도처에서 애써 왔거나 애쓰고 있는 모든 시민의 인식과 염원에 부응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막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가 시민들 속에 유통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시민적 지식인’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지식인 담론의 유용한 화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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