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로고 프린트의 치명적인 유혹

  • 입력 2002년 1월 21일 15시 41분


브랜드 로고를 강조하는 것처럼 값싸 보이는 것도 없다던 명품 브랜드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로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제품들로 쇼윈도를 채우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로고 프린트의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패션 감각을 꿋꿋이 밀고 나갈 것인가는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언제나 새로운 얘깃거리와 기발한 일들이 벌어지는 패션계라지만, 최근의 패션 경향을 보면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변덕스럽다. 부와 여유를 과시하듯 번쩍이는 골드 의상이 쇼윈도의 중앙을 차지한 게 불과 얼마 전인가 싶더니 어느새 유행의 부메랑을 타고 돌아온 블랙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브랜드 로고를 강조하는 것처럼 값싸 보이는 것도 없다며, 우아를 떨던(?)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로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제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런 로고 붐은 가방이나 신발 같은 패션 액세서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전체를 로고로 뒤덮은 옷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 로고 붐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유행은 아닌 듯하다. 어린시절 나이키 로고가 붙어있는 운동화를 사주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썼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우리야말로 로고에 열광하며 자란 첫세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이처럼 패션계에 로고 붐이 부는 이유 중 하나가 일명 ‘뉴 럭셔리족’이라 불리는 소비집단의 등장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벤처나 증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젊은 세대들이 명품 브랜드를 드러내놓고 즐기다 보니 그들의 소비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고, 이것이 로고 붐에 불을 붙였다는 것.

어쨌건 이 같은 소비자들의 로고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를 읽어낸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장식한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렇게 로고를 통해 브랜드를 자랑하려는 얄팍한 과시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로고는 꼭꼭 숨기고 한층 더 고급스러운 소재, 예술에 가까운 수공예 기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는, 전세계의 부호들이 즐긴다는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인 로로피아나나 모든 제작 과정이 핸드메이드로 이루어지는 맞춤 수트 브랜드인 브리오니가 대표적인 예.

패션 코디네이터 이진경씨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의 제품은 겉에서 봤을 때 로고를 찾기가 정말 힘들단다.

“명품 중 몇몇 브랜드는 로고를 드러내는데 진짜 인색해요. 굳이 눈을 씻고 찾는다면 단추나 안감에 로고를 표시하는 정도랄까? 그래선지 이들 명품은 고급스러움을 겉으로 과시하기보다는 소재나 디자인에 비중을 두어 입었을 때 편안하고 몸매를 살려준다는 게 특징이죠.”

사실 마음속에 숨어 있는 패션에 대한 과시욕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는 요즘, 주관을 갖고 멋을 내기란 쉽지 않다. 로고 프린트가 박힌 명품 핸드백을 12개월 할부로 사서 일년 내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일이나 돈이 부족해서 명함 케이스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이나 이도저도 안되면 ‘이태원표 짝퉁’이라도 사서 명품족처럼 보이고 싶다는 심리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고가 브랜드의 과도한 광고 전략에 휘말려 감당못할 사치를 누리려는 건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굳이 올 겨울 로고 프린트 유행에 동참하려 한다면, 심플한 로고 티셔츠 정도가 어떨까? 보일 듯 말 듯 블랙 수트 속에 살짝 감춰진 로고 티셔츠로도 당신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뽐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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