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김장훈 7집 '내추럴'…기교 빼고 자연미 살리고

  • 입력 2002년 1월 21일 17시 24분


가수 김장훈이 보컬의 자연미를 강조하고 나왔다.

최근 발표한 7집 ‘내추럴(Natural)’이 그것으로 아예 자연미를 음반 타이틀에다 내세웠다. 그만큼 이번 새음반 작업을 하면서 절실했던 단어였던 셈.

“소리 자체의 정직함이 주는 미덕을 새겼습니다. 비록 어느 대목에서 삐걱대더라도 컴퓨터로 다듬지 않았어요. 컴퓨터로 정제된 정확한 음은 가수 입장에서는 일종의 사기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타이틀곡 ‘미안해’는 그의 보컬이 매끄럽지 않고 사각사각대거나 노래 도중 침을 삼키는 듯한 대목이 있다. 목을 끓어 올려 내는 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서 부르는 듯하다. 요즘 젊은 발라드 가수들의 노래에서 흔하디 흔한 기교나 느낌의 포장도 없다.

김장훈이 직접 쓴 가사는 가려는 연인을 멋있게 보내자는 다짐. 다만 이를 ‘미안해 보낼 자신이 없다’고 역설적으로 호소한다. 노래 가사중 ‘수줍게 내민 터틀넥 스웨터’에는 그의 체험이 담겨 있다. 그는 “한때 사귀던 여성이 ‘너는 터틀넥을 입어야 건달끼가 가신다’고 선물해준 적이 있어 자주 입었다”고 말했다.

첫 트랙 ‘광대’는 피아노 반주에 이어지는 여덟 소절짜리 소곡이지만 가사가 눈에 띈다.

‘분칠을 하고 무대에 서면 사람들 웃음 짓네 내일도 이렇게 무대에’

무대는 광대의 숙명이라는 가사가 바로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심경이다. 그는 “1년에 100번쯤 무대에서 ‘나는 이렇게 죽어도 좋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감정이 극한까지 고조돼 일종의 몽환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열광하는 관중들이 하나의 조용한 물결처럼 천천히 지나가요. 이런 경험, 광대말고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새음반에는 윤수일의 ‘아름다워’, 하덕규의 ‘얼음 무지개’, ‘들국화’의 ‘너의 작은 두손엔’ 등 세곡을 리메이크해 담았다. 김장훈은 편곡에도 직접 참가하는 정성을 쏟았다. ‘아름다워’는 빠른 리듬과 브라스 밴드, 김장훈의 보컬로 단장돼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너의 작은 두손엔’은 김장훈이 가진 록보컬의 매력을 여러 갈래로 발휘하고 있다.

김장훈은 올해가 데뷔 12년째. 그의 히트곡 ‘노래만 불렀지’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생활에 대한 변화의 욕심도, 결혼에 대한 계획도 없다.

“변하지 않아야 좋은 것도 세상에 많습니다. 노래는 아무리해도 지겹지 않아요. 결혼은, 글쎄요. 노래는 생각의 반영이고 생각은 생활의 거울인데, 슬픈 노래를 하는 가수가 결혼의 행복에 빠지면 슬픔이 생겨날 것 같지 않아요.”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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