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그린 '최승희' 국내에 있다"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19분


세계적인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그린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1911∼?)의 그림과 영화배우 로버트 테일러가 최승희에게 보낸 연서(戀書)가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8년째 최승희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다큐 서울’의 정수웅 PD는 “거물급 정치인이 여러 경로를 거쳐 피카소의 최승희 그림을 입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 정치인에게 확인했지만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년간 최승희를 연구해온 중앙대 무용학과 정병호 명예교수는 “최승희의 1945년 파리 상젤리제 국립극장 공연 당시 피카소가 연필로 최승희의 얼굴을 그려 선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용 평론가 장광렬씨는 “아직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피카소의 최승희 그림이 있다는 것은 세계 무용계가 놀랄 만한 사건”이라며 “1945년 미국 남미 프랑스 등 외국 순회공연이 대성공을 거뒀지만 월북했다는 이유로 평가가 미흡했던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큐 서울’은 또 ‘춘희’ ‘애수’ 등의 영화로 인기를 끈 영화배우 로버트 테일러(1911∼1969년)가 최승희에게 보낸 편지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대 후반 최승희의 공연을 보고 반한 테일러가 보낸 이 편지에는 찬사와 연모의 정을 나타내며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태어난 최승희는 숙명여학교 졸업후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에게 무용을 배웠다. 최승희는 1930년대 후반부터 유럽 미국 중국 등지 순회공연을 하며 ‘동양의 무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외국의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으나 광복후 일본 위문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친일 시비에 휘말리자 1946년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했다. 월북후 북한과 중국에서 활동하다 숙청당했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숙청당했다는 이유로 그의 업적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다.

‘다큐 서울’이 제작 중인 최승희 다큐멘터리는 한일 월드컵 기간 중 MBC와 일본 아사히TV가 함께 방송할 예정이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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