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투영된 강우방 불교미학…30년간 찍은 문화재 전시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20분


이른 아침 경주 오릉 사진
이른 아침 경주 오릉 사진
신라의 불교 미학 연구에 매진해온 미술사학자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61)가 이번엔 그 미학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강 교수의 사진전 ‘영겁 그리고 찰나’. 경주에 산재한 여러 고분, 석굴암과 같은 불상, 탑 등 그가 30여년 동안 찍어온 수만컷의 사진 중 80여점을 엄선해 전시한다.

전시작 중 흑백사진은 1970∼82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직 시절에 찍은 것이고, 컬러사진은 1997∼2000년 경주박물관장 시절에 찍은 것들.

철학적 사유를 펼쳐온 미술사학자답게 사진전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사진을 찍는 것은 영원 속에서 찰나를 붙드는 겁니다. 찰나에 사물의 변화를 멈추게해 영원히 남기는 것, 그렇게 해서 영겁과 찰나가 불이(不二)의 혼연일체가 되는 것, 그게 사진입니다.”

그에게 사진 촬영은 미술사 연구와 한 몸이다. 문화재 사진 촬영은 미술사학자에게 있어 필수적 요소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문화재의 특성이나 관련 정보를 보여 주기보다는 문화재라는 사물 그 자체의 아름다움, 자연과의 조화 등을 포착하는데 더 신경을 썼다. 강 교수의 사진에 그림자가 특히 많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사진이란 밝은 면만 찍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을 찍는 겁니다. 그림자와 어두움의 아름다움이고 그것이 바로 사진의 미학입니다.”

실제로 그의 사진은 그림자의 미학을 포착하기 위해 해가 뜨고 지는 출퇴근 시간에 찍은 것이 많다.

강 교수 개인적으로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젊은 날의 꿈을 이 전시로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02-739-4937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