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문을 여니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중가수 이정현의 ‘미쳐’가 흐르는 가운데 10명의 초등학생들이 짝을 지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었다. 톡톡 튀는 이들의 춤에 지켜보는 이도 저절로 흥겨워질 정도다. 하지만 ‘율동’이 여느 어린이들의 춤과는 달랐다. 프로댄서들을 보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아이들이 추는 춤은 어린이 댄스스포츠.
▽자세 교정-정서 함양 도움▽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구민회관에서 열린 ‘겨울 어린이 댄스스포츠 축제’를 보았는데 춤추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저도 배우겠다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거든요.”
이곳에서 2년째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는 김시내양(초등 5년)의 말이다.
어린이 댄스스포츠는 어른들이 추는 모던 볼룸(Ballroom) 댄스를 어린이들에 맞게 변형한 것.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 트로트, 빈 왈츠 등의 모던 스탠더드 댄스와 자이브, 룸바, 삼바, 파소도블, 차차차 등의 라틴 아메리카댄스를 모두 배운다.
▽서구선 발레와 병행 많아▽
춤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운동량과 효과가 상당하다. 이곳에서 배우고 있는 남보름양(초등 3년)과 김남석군(초등 4년)은 몸이 약해 여러 운동을 했지만 별로 맞지 않았다. 하지만 댄스스포츠는 즐겁게 배우고 있다. 1시간 반가량 하다보면 온 몸이 땀으로 젖지만, 흥이 나면서 춤을 추다보니 운동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문강사인 이준씨(32· 한국체육진흥회 보라매댄스스포츠교실)는 “댄스스포츠는 걷기운동이 중심이지만 수영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이용하는 전신운동이고 균형있는 자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특히 유년기 아이들 신체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댄스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최저 연령선은 만 3,4세. 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는 연령과 비슷하다. 구미에서는 처음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유년기 아이들의 경우 발레와 댄스스포츠를 병행하는 방법이 권유된다. 발레레슨에서 배우는 기본동작이 도움이 되기 때문. 한국의 경우 강의내용은 교육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세를 잡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리듬을 익히고 춤 종류별 자세를 배우는 순서로 진행된다.
▽2,3년 전부터 빠르게 확산▽
KPA어린이댄스학원의 박은미 원장은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혼자 자라서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아이는 오래 못한다”며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댄스스포츠가 오히려 어린이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수줍어서 손도 못 잡던 아이들이 한달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는 것.
어린이 댄스스포츠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정도. 일부 초등학교에 특기적성과목으로 보급된 이후 강사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설학원을 차리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