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파괴된 미술품들의 총 보험가는 대략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능가하고, 파괴된 작품 중 가장 비싼 것은 1000만달러(약130억원)에 달하는 호안 미로의 태피스트리(벽걸이 섬유작품)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최근호는 미술품 전문 보험사인 AXA가 작성한 파괴 미술품의 보험가 관련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130억원이라는 가장 비싼 미술품으로 평가받은 작품은 미로의 유명한 대표작인 태피스트리. 1974년에 제작한 가로 6m, 세로 11m의 대작으로 9·11 테러 당시 무역센터 2층에 걸려있었다.
그러나 이 잡지는 파괴된 작품 중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은 무역센터 외부에 설치됐었던 엘린 짐머만의 분수대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1993년 무역센터 폭파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994년 제작한 것. 붉은색과 검은색의 화강암으로 만든 분수대로, 직경 9m에 높이 3m 정도다. ‘1993년 2월26일 이곳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탄이 터지다. 이 폭력으로 7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명이 다쳤다’ 는 글이 새겨져 있다.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조형물이 또다른 테러에 의해 파괴됐다는 점에서 그 어떤 값나가는 미술품보다 더욱 안타깝다는 말이다.
이 잡지는 또한 AXA 보험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무역센터 건물에 입주했던 한 부동산중개상이 소장하고 있던 로댕의 조각과 드로잉 300여점을 통째로 날려버린 사례도 소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파괴 작품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