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보육시설 크게 부족…맞벌이 부부등 수요 급증

  • 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59분


서울 강남구 개포1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정명임씨(35). 그는 아침 일찍 다섯살, 세살난 두 아들을 ‘선재어린이집’(강남구 대치동)에 맡기고 회사로 출근한 뒤 오후 8시 넘어서야 애들을 데리러 간다.

일이 많거나 부부 동반 송년회 등 행사가 있는 날은 밤 11시 넘어 어린이집에 도착할 때도 있다. 무역회사에서 수출 업무를 맡고 있는 정씨는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다. 그래도 정씨는 야간 보육시설 때문에 애들 걱정을 상대적으로 덜하고 일할 수 있다.

“늦은 밤이지만 우리 애들이 같은 또래 수십명과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좀 놓여요. 특히 피아노와 춤도 가르치고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저녁식사를 해주니까 아이들도 좋아해요.”

맞벌이 부부와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늘면서 밤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야간 보육시설이 인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1년 12월 말 현재 시내 야간 보육시설은 국공립 24개소를 포함해 74개소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구립 선재어린이집에는 어린이 200명 중 70여명이 오후 8시 이후에도 야간 보육교사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곳은 야간 보육시설로 알려지면서 3년 전부터 대기 어린이가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영순 원장은 “문의전화 중 절반 이상이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가’라는 것”이라면서 “계모임, 동창모임, 장보기 등을 하느라 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기는 어머니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야간 보육시설이 있는 곳으로 직장을 아예 옮기는 경우도 있다. 간호사 김순이씨(38)는 첫 아이가 3개월 되던 94년 9월 K대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겼다.

이 병원 어린이집은 밤 근무가 있는 직원을 위해 밤 11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이다. 95년 2월 국내 처음으로 야간 보육을 시작한 이 병원에 간호사 여의사 등 ‘우수 여성 인력’이 몰리고 이직률이 낮자 서울중앙병원 가톨릭대병원 등도 야간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야간 보육시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어린이를 맡아주는 것으로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가정복지과 안운길 복지팀장은 “야간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안에 10개 구립 야간 보육시설을 신설하고 시설비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