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상주인구 5만명

  • 입력 2002년 1월 23일 18시 25분


서울도 외국의 대도시처럼 도심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양재섭(梁在燮) 박사는 23일 보고서 ‘도심부 주거실태와 주거확보시책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서울의 도심 공동화 및 슬럼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 등을 토대로 율곡로 의주로 퇴계로 흥인문로로 둘러싸인 도심을 비롯해 종로구 중구 일대 도심 인접지역 등 ‘도심부’의 인구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0년 말 현재 상주인구와 가구 수는 4만9510명, 1만8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80년의 14만4673명, 3만4000가구에 비해 각각 66%, 47% 줄어든 것이다.

또 도심부의 중졸 이하 가구주 비율은 40%로 서울 평균(25%)보다 훨씬 높았으며 1인 단독가구와 월세 및 무상거주 가구도 각각 29%, 35%를 차지해 평균(13%, 16%)의 2배 이상 돼 저학력 및 저소득 가구가 많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함께 주택은 85년 1만5000호에서 2000년 1만호로 33% 감소했다. 이 중 20평 미만이 서울의 평균(3%)보다 훨씬 높은 14%였고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이 53%를 차지했다.

이 밖에 도심부 529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좁은 주차장, 매연 및 소음공해, 주택노후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에 거주한 지 10년 이상된 가구가 63%나 됐다는 것.

양 박사는 이날 “도심부를 가칭 ‘거주촉진지구’로 지정해 건물을 주거용도로 전환하거나 주택을 새로 짓는 경우 세금을 깎아주고, 재개발 또는 재건축시 용적률 완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서울시에 건의했다.

양 박사는 또 “인종 문제까지 겹쳐 슬럼화가 심각한 미국 등의 대도시 도심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울의 도심도 갈수록 쇠퇴하고 황폐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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