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신승훈 새음반 '자기 노래에 대한 파고듦'

  • 입력 2002년 1월 28일 14시 55분


지난달 중순 열렸던 신승훈 새음반(8집)의 쇼케이스(시범공연) 무대.

국내 가요계에서 첫 대형 쇼케이스로 꼽히는 이날 객석에는 성시경 강타 류시원 김형석 김조한 핑클 SES 등 쟁쟁한 스타 가수들이 1만4000여명의 관객속에서 두시간 동안 신승훈 을 외치고 있었다. 강타는 승훈 형은 단순한 선배가 아니라 국내 발라드 지평을 한폭 넓힌 ‘거인’ 이라고 말했다. 신승훈의 대중 음악사적 ‘존재’ 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승훈은 새음반(8집)을 낼 때 마다 산고 (産苦)를 겪는다. 이번에도 1년여간 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가수고 어떤 음악을 하느냐 며 묻고 다녔다. 돌아온 응답 중에는 데뷔 초기 청아했던 음색이 퇴색하고 해가 갈수록 능숙하게 노래하려 한다 예전 목소리와 음악을 찾아라 는 등 따가운 비판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새음반은 1990년 데뷔해 12년을 맞은 자기 노래에 대한 파고듦 이었다. 그는 곡을 쓰기 전 그동안 발표한 7장의 음반을 되풀이해서 들었다. 이번 음반이 신승훈답다. 초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는 평을 듣는 것도 그 덕분.

타이틀곡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도 1991년의 히트곡 보이지 않는 사랑 처럼 전형적인 신승훈류 발라드. 슬픔의 바다에 잠긴 듯한 목소리와 서서히 전신을 휘감아오는 애상의 전율, 후반부에서 도드라지는 슬픔의 폭발 등.

세번째 트랙에 실린 애이불비(哀而不悲·슬퍼도 울지 않는다) 는 신승훈 발라드를 관류해온 철학이다. 그는 데뷔 이래 줄곧 김소월님의 진달래꽃 같은 사랑을 노래로 불러왔다 고 말한다. 이밖에 널 위한 이별 이런 나를 도 역시 애이불비의 발라드다.

페이스 오프 와 보너스 트랙으로 실은 수호천사 는 그가 음반 발매 때 마다 감초 로 실은 댄스곡. 신승훈의 춤은 엉거주춤 이나 공연 때마다 댄스곡의 신명을 활용하고 있다.

모던 록인 비상 은 새음반에서 가장 크게 바뀐 노래다. 가사도 다들 사는대로 따라서 산다는 게 난 정말 싫었거든 으로 20대의 반항적 분위기다.

30대 중반인 그는 음악을 통해 얻는 희열이 여성으로부터 받는 기쁨보다 더 크다 고 말했다.

신승훈은 7집(2000년)을 제외하고 매음반마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등 변화를 내세운 7집은 100만에 못미쳐 그에게는 작은 실패 로 남겨졌다. 새음반이 신승훈식 을 내세운 것은 그에 대한 반사작용일 듯.

신승훈은 음악이 세태와 시대 변화에 무심하다 는 평에 개의치않고 내 발라드 세계의 폭과 깊이를 더욱 다져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새음반은 일주일만에 40만장을 넘어섰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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