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테레비’ 라 불렸던 한국 최초의 방송 KORCAD 개국을 시작으로 MBC KBS 동아방송 개국의 주역인 그는 많은 방송인들의 기억 속에 공통분모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김우룡 교수는 최창봉씨가 한국 방송의 리얼리즘을 선도한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리얼리즘이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래서 창의적인 방송을 뜻한다.
이 책은 또 과거 방송인들이 방송 주권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피땀어린 노력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80년 언론통폐합 때 자취를 감춘 동아방송에 대한 많은 방송인들의 기억이 증거하고 있다.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극렬했던 1964년 6월 동아방송의 시사만평 프로 ‘앵무새’ 는 담당 PD를 비롯, 방송부장과 뉴스실장 등 6명이 치안국에 연행돼 반공법 형법 등의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것이 단지 우리뿐이냐” 는 제작진의 항변에 수사관들은 “윗분들께서 국민들이 신뢰하는 동아방송만큼은 입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 방송사상 최초의 방송 언론 탄압 이라고 방송사에 남은 이 사건은 5년 6개월만에 무혐의처리로 끝이 났다.
이 밖에 한국 언론학의 기반을 다진 강현두, 올바른 방송언어를 확립한 전영우, 군사독재 시절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저널리스트였던 이정석, 정치 다큐드라마의 지평을 연 안평선, 30년간 방송 여기자의 입지를 확립한 남승자, 이산가족찾기 가 진행되는 136일간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던 김동건 등 한국 방송을 지켜온 이들의 묻혀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현재 방송에 몸담고 있던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걱정된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