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김근태 고문과 25일 김중권 고문을 상대로 토론을 진행한 SBS ‘토론공방’은 시청률이 각각 2.1%(AC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와 4.8%에 그쳤다. 21일 시작된 MBC ‘선택2002 예비후보에게 듣는다’도 유종근 전북도지사, 김근태 김중권 노무현 한화갑 고문이 나온 25일까지의 시청률이 2∼3%에 불과했다.
이같은 시청률은 방송가에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묻는 수치. 이에 따라 MBC와 SBS가 시청자들의 관심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선예비주자 홍보 프로를 방영해 ‘대선 조기 과열’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언론영상광고학부)는 “방송이 대통령 후보 경선이라는 당내 행사까지 국민에게 시청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 과열을 부추길 뿐 예비후보들의 장단점을 검토하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며 “현재의 TV 토론방식은 특정 후보의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대선예비주자에 대한 인터뷰성 진행과 프로그램 편성 시간대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 이들 프로그램은 3∼4명의 패널이 한 사람의 대선예비주자에게 질의와 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특정 현안에 대한 추궁이나 논쟁을 벌이기 어렵다. 시청자들도 “대선예비주자의 정치적 함량을 가늠하기보다 일방적인 홍보전을 보는 것 같아 토론의 재미가 없다”고 꼬집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대선주자들의 ‘TV 적응훈련’으로 깍아내리는 시각도 있다.
‘대선예비주자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대는 방송사들이 미리 저조한 시청률을 예감하고 시청률을 포기한 인상을 주고 있다. MBC는 평일 낮 12시 5분에, SBS는 금요일 밤 11시 35분에 각각 편성했다. 이 시간대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시청률이 낮은 것이 보통이다.
MBC 김재일 편성국장은 “민주당 대선예비후보가 7명이나 되기 때문에 특별 편성을 하면 2개월가량 기본 편성이 무너진다”며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공격적 편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예비대선주자들을 상대로 한 TV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은 대통령 후보끼리 TV 토론을 벌이지만 한국처럼 한 정당의 예비후보들을 위해 전파를 내어주지는 않는다. 프랑스도 대선 후보에 한해 토론을 진행하며 유럽 각국도 마찬가지다.
케이블 뉴스전문채널인 YTN도 현재 7명의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대담프로를 내보내고 있으며 경인방송은 2월 7일 오후 7시 7명의 후보를 한 자리에 모아 4시간 동안 생방송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