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요계에서 첫 대형 쇼케이스로 꼽히는 이날 객석에는 성시경 강타 류시원 김형석 김조한 ‘핑클’ ‘SES’ 등 쟁쟁한 스타 가수들이 1만4000여명의 관객속에서 두시간 동안 “신승훈”을 외치고 있었다. 강타는 “승훈 형은 단순한 선배가 아니라 국내 발라드 지평을 한폭 넓힌 거인”이라고 말했다. 신승훈의 ‘대중 음악사적 존재’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승훈은 새음반(8집)을 낼 때 마다 ‘산고’(産苦)를 겪는다. 이번에도 1년여간 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가수고 어떤 음악을 하느냐”며 묻고 다녔다. 돌아온 응답 중에는 “데뷔 초기 청아했던 음색이 퇴색하고 해가 갈수록 능숙하게 노래하려 한다” “예전 목소리와 음악을 찾아라”는 등 따가운 비판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새음반은 1990년 데뷔해 12년을 맞은 자기 노래에 대한 ‘파고듦’이었다. 그는 곡을 쓰기 전 그동안 발표한 7장의 음반을 되풀이해서 들었다. 이번 음반이 “신승훈답다. 초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평을 듣는 것도 그 덕분.
타이틀곡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도 1991년의 히트곡 ‘보이지 않는 사랑’처럼 전형적인 신승훈류 발라드. 슬픔의 바다에 잠긴 듯한 목소리와 서서히 전신을 휘감아오는 애상의 전율, 후반부에서 도드라지는 슬픔의 폭발 등.
세번째 트랙에 실린 ‘애이불비(哀而不悲·슬퍼도 울지 않는다)’는 신승훈 발라드를 관류해온 철학이다. 그는 “데뷔 이래 줄곧 김소월님의 ‘진달래꽃’같은 사랑을 노래로 불러왔다”고 말한다. 이밖에 ‘널 위한 이별’ ‘이런 나를’도 역시 애이불비의 발라드다.
‘페이스 오프’와 보너스 트랙으로 실은 ‘수호천사’는 그가 음반 발매 때 마다 ‘감초’로 실은 댄스곡. 신승훈의 춤은 ‘엉거주춤’이나 공연 때마다 댄스곡의 신명을 활용하고 있다.
모던 록인 ‘비상’은 새음반에서 가장 크게 바뀐 노래다. 가사도 ‘다들 사는대로 따라서 산다는 게 난 정말 싫었거든’으로 20대의 반항적 분위기다.
30대 중반인 그는 “음악을 통해 얻는 희열이 여성으로부터 받는 기쁨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7집(2000년)을 제외하고 매음반마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등 변화를 내세운 7집은 100만에 못미쳐 그에게는 ‘작은 실패’로 남겨졌다. 새음반이 ‘신승훈식’을 내세운 것은 그에 대한 반사작용일 듯.
신승훈은 “‘음악이 세태와 시대 변화에 무심하다’는 평에 개의치않고 내 발라드 세계의 폭과 깊이를 더욱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음반은 일주일만에 40만장을 넘어섰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