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기잡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자 그녀는 고개를 들고 한번 더 기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빼어날 수(秀), 보배 진(珍)인 한자 이름도 같다” 고 하자 그녀는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똑같은 이름의 기자는 처음” 이라며 반가워했다.
강수진. 20여년전 ‘강수진양’ 의 수상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알게 된 후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남보다 일찍 머릿속에 각인됐던 이름. ‘강수진양’ 이 ‘강수진씨’ 로, 다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으로 변해가는 동안, 평범한 또 다른 ‘강수진’ 은 동아일보에 입사해 ‘강수진 기자’ 가 됐다.
-언제부턴가 취재원에게 명함을 건네면 발레리나와 이름이 같군요 라는 말을 꼭 들어요. 그만큼 대중적인 스타가 됐는데….
발레의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면 보람입니다. 후배들이 외국 발레단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게 자랑스러워요.
30,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카멜리아의 여인’ 은 강수진이 국내에서 8년만에 펼치는 전막(全幕) 공연이다. 이미 표가 거의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녀는 “요즘 내 나이(35세)가 발레리나로 전성기인 것 같다” 고 했다.
“축구선수 ‘노수진’ 처럼 남자도 수진이가 있더라” “우린 이름값( 빼어난 보배 )만 하면 된다” 는 등 이름에 얽힌 농담이 오간뒤 사적(私的)인 이야기로 옮겼다.
-2세 계획은? 발레리나에게 임신은 치명적이 아닙니까?
아직 2세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활동하는 발레리나도 많아요. 임신과 출산에 따른 공백은 얼마나 간절히 무대 복귀를 원하느냐에 따라 메꿔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나도 부상 때문에 1년 넘게 쉬지 않았습니까.
20년에 가까운 외국생활로 동료와는 독일어로, 남편과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그녀지만 한국어는 정확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잊지말라’ 는 아버지가 한국책을 많이 보내준다고 했다.
사인을 부탁하자 To 강수진, From 강수진 이라 쓰고 자신의 이름 옆에는 ‘발레리나’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남편 둔치가 아내의 사인 옆에 뭔가 그려넣었다. 별이었다. 이유를 묻자 당연한 듯 대답했다. 강수진은 ‘스타’ 니까.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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