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대백화점 배송팀 "우린 설날 산타클로스"

  • 입력 2002년 1월 29일 13시 59분


그 날이 다가온다. 그 날이 다가온다.

온 신경이 곤두선다. 1번, 2번, 3번 점검.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준비가 덜 된 것이 있어선 안된다.

‘거사’는 2월 2일 시작되고 열흘간 이어진다. 그 중 특히 사흘간, 성패가 갈린다. 준비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아마 올해도 ‘완벽에 가깝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거사의 내용:

올해 롯데백화점은 2월 2일부터 11일까지 약 15만개의 설 선물을 전국에 보내야 한다. 작년 설보다 20%가량 많아진 물량. 이 중 절반인 약 7만5000건을 6∼8일, 3일간 배송해야 한다.

5000평 규모의 분당배송센터와 각 점포의 신속배송팀, 외주업체의 물류센터가 풀 가동된다. 동원되는 연인원은 약 5500명, 차량은 약 5000대. 분당 배송센터에서는 하루에 최고 220여대의 콜밴·용달차·탑차가 움직이며, 점포별로 최대 400대의 개인택시도 대기한다. 피크인 3일간은 수도권에서만도 900여대의 차량이 움직인다.

폭설이 내려 발이 묶여도, 한파가 몰아쳐도, 외주업체에서 차량 제공이 안돼도, 그 외 어떤 돌발상황이 닥쳐도, 선물은 모두 배송해야 한다.

설과 추석, 1년에 2번씩 수행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정무영 롯데백화점 배송팀장(50)의 책임하에 진행된다. 정 팀장은 6년간, 약 10번의 프로젝트를 무리없이 수행해냈다.

:거사 준비:

1주일 전, 즉 28일경까지 차량 인원 전산시스템 등이 ‘스탠 바이 완료’된다. 이를 위해 2개월 전부터 정육 청과 수산물 바이어들과 협의하며 배송 물량 계획을 잡는다. 지난해 배송건수, 설 매출의 평균 신장률, 올해의 작황 등 가격 변수 등을 따져야 한다.

외주업체와 차량 수급 계획을 잡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개인 택시도 확보해둔다. 평상시 롯데 수도권의 배송차량은 30대가 운영되지만 설 기간에는 5000여대의 배송 차량을 일반차 냉동차 냉장차 등으로 준비해야 한다. 택배업체도 4, 5군데와 계약을 한다.

4500여명의 아르바이트생도 필요하다. 직접 배송을 나가는 인원, 받을 사람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주소와 받을 시간을 확인하는 인원 등. 31일까지 이들에 대한 교육이 끝나야 한다. 전표 처리하는 법, 전산시스템에 배송 신청하는 법 등 기술적인 것 뿐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응대법도 가르쳐야 한다. 핵심 매니저급은 정팀장이 직접 교육한다.

:피말리는 열흘:

2월2일부터 열흘 간은 정팀장을 비롯한 배송팀원들이 분당센터에서 먹고 자고 한다.

미리 예약된 물량과 당일 팔려나간 물량을 합하면 다음날 배송해야 할 물량. 오후 8시가 되면 전산시스템에 내일 배송해야 할 건수가 뜬다. 배송차는 내일 오전 8시에 출발한다. 그 사이 12시간 동안 밤샘 작업이 이뤄진다. 오전 2시까지 물건이 입고되고, 시스템실에서는 전표처리 자동배차 지역별 분류 등을 한다. 그에 따라 창고에서 물건을 다시 분류하고 오전 6시부터 차에 싣는다. 정육 등은 냉장차에 싣고 드라이아이스도 뿌린다.

그나마 요즘은 전산화가 돼서 다행이다. 롯데는 98년 약 40억원을 들여 신배송시스템을 깔았다. 매장에서 작성한 배송 신청서를 컴퓨터가 그대로 읽어들여, 배송정보가 자동 입력된다. 서울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가 부산으로 배송하기를 원하면 부산 롯데백화점으로도 정보가 자동 처리된다. 물건을 배달하고 나면 배송원들은 현장에서 바로 입력하게 돼 있어, 실시간으로 배송상황이 체크된다.

돌발상황도 물론 있다. 99년 추석 때는 늦장마가 들어 물량의 50%가 몰리는 때에 내내 비가 왔다. 차가 제시간에 도착을 못해 택배회사와 택시를 ‘긴급 수배’해 겨우 처리했다. 설에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설 때문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열흘 합쳐 잠자는 시간은 30시간이 될까말까 하고, 체중도 5㎏은 줄어 든다.

:마무리:

11일이 지나면 정 팀장을 비롯한 배송담당자들도 3일간 휴가를 간다. 고향에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 가운데 하루는 10일간 못잔 잠을 자느라 다 보낸다. 가족들이 서운해 하지만 “올 추석이나 내년 설엔 안 그러겠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때도 배송을 해야 하니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연휴 지나고 받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어 3일간 ‘사후 배송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

그 후 비용처리 업무보고서 작성 등을 마치면 2월20일경. 21일쯤 정 팀장과 배송팀원들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러 갈 것이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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