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장 한국적인 작가는 이우환"

  • 입력 2002년 1월 29일 17시 58분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1980년작. 181X227cm.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1980년작. 181X227cm.
▼'월간미술' 전문가 설문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한국적인’ 작가는 누구일까? 한국 현대 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그 기점(起點)은 언제일까? 똑 떨어지는 정답이 나올 수 없는 물음이지만 그렇다고 피해갈 수도 없는 질문이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이 미술평론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작가 등 63인에게 이같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40명이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답을 피하고 23명만이 응답했다. 그 결과 화가 이우환이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꼽혔다.

월간미술 2월호는 이러한 설문자료를 토대로 ‘한국 현대미술의 근원과 정체성’이라는 기획을 마련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탐색해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 응답자는 오광수(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경원대 교수) 김미경(강남대 교수) 김찬동(문예진흥원 문학예술팀장) 강홍구(작가) 박영택 조광석(이상 경기대 교수) 박일호(대전시립미술관장) 윤용이(명지대 교수) 정영목(서울대 교수) 진휘연(덕성여대 교수) 최열(미술평론가) 등 23인.

▼"절제-여백 가장 잘 구현"

▽가장 한국적인 현대작가는?〓가장 많이 추천받은 작가는 이우환. 판화가 오윤, 화가 박서보 박수근 이종상, 설치미술가 김수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우환이 꼽힌 것은 그의 작품이 한국 전통미술의 일반적 특징인 절제와 여백의 미학을 잘 구현해냈기 때문. 조광석은 “이우환은 색과 형태를 배제하고 사유적 공간을 통해 동양적 한국적인 암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우환의 대표작 ‘점에서부터’ ‘선에서부터’를 보면 좌에서 우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점과 선이 작아지거나 가늘어지고 끝내는 사라져버린다. 여백과 소멸이다. 그것은 있음과 없음이 동일한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적 혹은 동양적인 사유의 발현이며 그것이 절제된 색 형태와 어울리면서 한국적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오윤의 '애비'. 1983년작. 35X36cm.

80년대 대표적 민중판화가로 이름을 날린 오윤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박영택은 “당대 현실을 고민하는 미술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한국적인 것’ ‘한국적 작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김미경은 “한국적 혹은 한국적 현대작가란 말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현대미술 정체성엔 이견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은?〓이에 대한 의견은 천차만별. 김찬동은 “자연스러움, 고도의 정신성, 무작위성”이라고, 윤용이는 “소박 고요 자연미”라고 답했다. 반면 현대 미술에서 한국적인 정체성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진휘연은 “정체성을 논하는 것은 바람의 근거를 묻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질문”이라고 일축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기점은?〓그동안의 통설은 1957년 전후. 1957년 한국미술협회가 결성되고 박서보 김창렬 등이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추상미술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았듯 이번에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두드러진 점은 서구 미술과 한국적 현실에 대한 자각이 시작된 1980년대를 기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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