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때 명장 박의장 장검 발견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36분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17세기 가마(왼쪽)와 박의장이 사용했던 칼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17세기 가마(왼쪽)와
박의장이 사용했던 칼
임진왜란 때 사용됐던 완전한 형태의 장검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7세기 고품격 가마 등이 발견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학자료연구실(실장 이종묵)은 최근 임진왜란 당시 명장이었던 박의장(朴毅長·1555∼1615)이 사용했던 칼과 가마 관대 등 각종 유품과 박의장 가문의 각종 고문서 등 3200여점을 발굴해 24일 공개했다. 이들 유물은 경북 영덕 축산면 도곡1동의 무안(務安) 박씨 문중에서 소장해온 것으로, 최근 종손인 박연대(朴淵大·38)씨가 이 유물들을 정신문화연구원에 보관을 의뢰했다.

박의장은 임진왜란 당시 경주판관으로 경주성을 탈환하는 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고 이 공로에 힘입어 경상도 수군절도사 등을 지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박의장이 임진왜란 때 사용했던 장검 두 자루. 칼날이 1m, 몸체가 2m(총 3m)로 보존상태가 대단히 양호하다. 이 중 하나는 상어가죽으로 만든 칼집도 있다. 유물을 살펴본 가천박물관의 윤열수 학예연구실장은 “임진왜란 당시의 칼 중 이렇게 완전한 칼은 거의 없어 그 가치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가마의 경우,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17세기 가마다. 현존 옛가마마는 19세기 것이 대부분. 윤 실장은 “가마를 제작한 목공예 기법이나 장식물 등을 통해 볼 때 17세기 것이 틀림없다”면서 “상당히 고급스러운 가마여서 전통 민속 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함께 발굴된 고문서는 16세기 이후 조선시대 교지류(敎旨類), 명문류(明文類·토지 및 노비 매매 계약서), 분재기류(分財記類·재산상속문서), 입안류(立案類·상속 매매 분실 도난 등을 확인해주는 공증 문서), 무예에 관한 경전인 ‘무경직해(武經直解)’ 등 3000여점.

분재기는 16세기 후반부터 18세기 후반까지 200여년에 걸쳐 박의장 가문의 재산상속을 기록해놓았다. 정신문화연구원의 안승준 전문위원(한국사)은 “한 가문에서 대대로 남긴 분재기가 드문 상황에서 이 분재기는 조선시대 사회경제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경직해’는 광해군이 즉위년인 1608년 박의장에게 하사한 내사본(內賜本)으로, 안 위원은 “선조년간에 찍은 무경직해로는 국내 유일본”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굴 자료는 임진왜란 당시 한 명장에 관한 다양한 유물이라는 점에서 유례가 없어 조선시대 명장의 삶과 사상을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자료를 정신문화연구원에 위탁한 박연대씨는 “개인이 소장하는 것보다 국가 연구기관에 위탁 보관하는 것이 유물 보존에도 좋고 연구자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신문화연구원은 이같은 기탁유물들의 보관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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