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생 '그들만의 얘기'들…

  • 입력 2002년 1월 31일 13시 17분


서울대 법대 도서관에서 3월1일로 다가온 사시 1차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
서울대 법대 도서관에서 3월1일로 다가온 사시 1차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
○…서울대 법대생은 2학년이 되면 형법을 배우기 시작해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가 되면 형법 각론 공부에 들어간다.

△법대 도서관 앞

학생1:야! 너 살인했냐?

학생2:아니, 아직….

학생1:아직도 안하고 뭐했어?

학생2:넌 했냐?

학생1:난 존속살해까지 끝내고 이제 상해 폭행하러 간다.

△법대 강의실

교수:절도는 다 하고 왔겠지?

학생들:….

교수:어허 이것 봐라. 절도를 마스터해야 다른 범죄가 쉬워진단 말이야. 다음 시간까지는 빠짐없이 절도를 끝내고 가능하다면 강도까지 한번씩 해보고 올 것.

△법대 도서관 휴게실

학생1:야 너 강간했냐?

학생2:응. 강간은 쉬워서 그런지 1시간 했더니 강간치상이랑 강간치사까지 한큐에 끝냈어.

학생1:오∼, 장난 아닌데….

학생2:강간은 그래도 간통보다는 쉽지.

학생1:너 간통도 했냐? 햐아∼, 빠르네.

학생2:추행은 왜봤냐?

학생1:추행은 안해봐도 돼. 너무 쉽잖아.

‘뭐 이런 엽기적인 녀석들이 다 있느냐’고 화낼 필요는 없다. 법대생들이 형법전의 분류에 따라 살인죄를 공부하고 나서 존속살해 상해 폭행죄 등을 배우고, 강간죄를 끝낸 후 간통 추행죄 등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교수가 꼭 마스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절도죄는 재산 범죄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범죄임을 강조한 것이다.

○…법률 서적에는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등장한다. 민법의 대리(代理)를 배우는 부분에는 ‘表見代理’라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처음에는 이걸 표견대리하고 읽기 쉽다. 그러나 見은 견으로도 읽히고 현으로도 읽힌다.

‘表見代理’는 일반적으로 표현대리라고 읽는다. 곽윤직 전 서울대 교수 등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곽 교수가 은퇴하고 나서야 비로소 후배인 양창수 서울대 교수 등이 표견대리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단어를 ‘겉으로 나타난 게 대리행위 같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나타날 현’으로 읽는 것이고 ‘겉으로 보이는 게 대리행위 같다’고 풀이하면 ‘견’으로 읽는 것인데 비슷한 해석을 두고 굳이 현으로 읽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었다. 대법원에서도 한때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지만 표현대리를 고집하고 있고 대부분의 판사나 변호사들도 관성처럼 표현대리로 읽고 있다.

법대생의 상당수가 혼인빙자간음의 憑藉(빙자)를 빙적으로 읽어본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瑕疵(하자)있는 법률행위’의 瑕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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