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경우 2000년 16대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의원 273명 중 19.4%인 53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한나라당 30명, 민주당 15명, 자민련 6명 등이다. 지역구 96명 출마에 50명이 당선됐다. 두 명 나오면 한 명은 되는 수준인 52.1%의 당선율. 전체 출마자의 당선 확률인 21.83%를 훨씬 웃돈다.
수적으로나 당선율로나 단과대학 차원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 법대 동창회보는 2000년 당시 “타 대학 어디서도 찾기 힘든 경이적인 대기록”이라고 자평했다.
80년 이후 국회를 보면 서울대 법대 출신 의원 비중은 2배가량 늘었다. 11대 31명(11.2%), 12대 38명(13.8%), 13대 39명(13.0%), 14대 38명(12.7%), 15대 60명(20.0%)의 추이다. 이 기간에 육사 출신 의원은 크게 줄었다. 11대 19명에서 16대 4명이다. 산술적으로는 줄어든 육사 비중만큼 서울대 법대 출신자의 비중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해방 이후 우리 정치계의 중추세력이 독립투사 출신-군부 출신-민주 투사 출신을 거쳐 재·관·법조·언론계 등 각계 전문인 출신으로 바뀌어 가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시대 흐름을 서울대 법대 출신 정치인의 움직임과 관련해 보면 다음 사실들이 의미 있다. 97년 여당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 5명 전원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었던 것, 군부 출신 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린 후 치러진 15대 총선에 서울대 법대 출신 의원이 대거 나온 것 등이다. 한편 서울대 법대 출신자의 당선확율은 13대 45.6%, 14대 46.8%, 15대 48.6%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법조계의 경우 검찰보다 사법부에 서울대 법대 출신이 월등히 많았다. 법조계 인사를 출신지역 최종학력 등으로 통계 조사한 순천향대 이민규 교수(신문방송학)는 판사의 경우 62%(1476명 중 913명, 2001년 3월 기준), 검사의 경우 38%(1274명 중 478명, 2001년 8월 기준)라고 밝혔다.
고위층으로 갈수록 서울대 법대의 비중은 커졌다. 검찰의 경우 검찰총장을 비롯해 고검장 78%, 검사장 지검장 69%, 차장검사 58%, 부장검사 50% 수준이다. 그러나 평검사는 29%로 대폭 낮아졌다. 사법부의 경우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77%, 고법원장 지법원장 68%, 고법부장 86%, 지법부장 지원장 74%, 평판사 57%였다.
이 같은 경향은 우선 과거 사시 합격자의 상당수를 이 학교가 배출한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대 법대’라는 인맥의 작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사법부의 경우 사시 합격 점수와 연수원 성적을 중심으로 한 인사 관행에 문제 제기가 있을 뿐 투명도가 높은 편이다. 검찰의 경우 인맥이 작용한다면 과거 비평준화 시절 출신고와 출신 지방의 요소가 오히려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법조계(변호사 포함)에 몸을 담았다가 정계로 들어선 경우도 11대 9명, 12대 12명, 13대 16명, 14대 15명, 15대 27명, 16대 29명으로 확연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 법대 출신 행정부 각료는 1월 29일 개각 후 국무총리를 비롯해 총 19명(18부+기획예산처)의 장관 가운데 3명, 총 19명의 차관 중 4명이다. 몇몇 부처의 1∼3급 간부를 보면 재정경제부 29명 중 2명, 기획예산처 29명 중 4명, 행정자치부 58명 중 4명 수준이다.
행정자치부의 한 고위 관료는 “현재 행정부 내 서울대 법대 출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의 도쿄대 법대의 경우와는 다른 것 같다”며 “내한한 일본 자치성 관료들의 약력을 보면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도쿄대 법대’ 출신 일색이어서 쓴웃음을 짓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의 우수한 인재가 줄어서도 안되겠지만 행정부는 각계각층을 배려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인재원(源)을 가져야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회 각계로 진출한 서울대 법대 출신들의 결속력은 어떨까. 이곳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결속력이 생긴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서울대 법대는 전통적으로 결속력이 강한 고려대 법대나 고시반이 만들어져 재학 중 함께 숙식하는 한양대 성균관대 등의 법대와 다르다. 엘리트주의, 자존심, 경쟁심, 이기주의 같은 것이 이 학교 졸업자의 주요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 비평준화 시절까지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에 존재했던 ‘명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잇는 ‘겹 동창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결속력이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주요한 선거 등에서 이 같은 ‘겹 동창들’의 결속력이 수위(首位)를 다투는 영향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