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영어

  • 입력 2002년 1월 31일 13시 45분


앙〓아이들에게 아메리카나이즈드(Americanized)된 영어 발음을 꼭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저 자신 한국적 자존심이 스며있는 발음을 소중히 여기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사람들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스칸디나비아반도 출신들의 발음에는 자기 몸에 밴, 모국의 액센트가 영어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참 멋스럽죠. ‘beautiful’(아름다운)을 미국식 “뷰리펄”로 발음할 수도 있지만 “븃팃풀”이라고 또박또박, 유러피언 스타일로 말할 때 한층 뿌리깊고 지적으로 느껴지죠.

이〓음,‘앤드루(Andrew)김’보다는‘앙드레(An-dre) 김’이 훨씬 시적(詩的)으로 다가오는 것과 비슷한 이치겠군요.

앙〓저는 경기 고양군 신도면 구파발리(현 서울 은평구 구파발동) 고양중학교에 다녔는데요, 당시엔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시간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전 이상하게 늘 기다려졌죠. 특히 리딩(reading·읽기)시간이면 ‘저를 꼭 시켜주셔요’하는 간절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직시했고, 손도 가장 먼저 들었죠. 중1 때(1948년)부터 저는 시적이고 감성적으로 읽는 걸 좋아했어요. “디스 이즈 어 버이(This is a boy)” 하는 미국식도 있지만, “딧스 잇써 보이”하고 영국 옥스퍼드식으로 개성을 표현할 때 제 자신 한층 소중하게 느껴졌죠. 물론 영국식 발음만 강조하다 보면 세계화에는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이〓셰익스피어는 영어의 극치를 만나게 해줍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처음 본 순간 홀딱 반한로미오는그녀의손을잡고말하죠.“If I profane with my unworthiest hand this holy shrine, the gentlefineis this; My lips, two blushing pilgrims, ready stand to smooth that rough touch with a tender kiss.” 번역하면 “천하디 천한 이 손이 당신의 거룩한 성전(聖殿·손)을 모독했다면 그 벌을 달갑게 받겠나이다. 내 입술이 수줍은 두 순례자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부드러운 키스로 (당신의 손에 묻은) 이 거치른 (나의) 손자국을 씻고자 하나이다” 정도가 될 텐데요. 원문에서 생략, 리듬, 순서의 뒤바뀜 등이 빚어내는 뉘앙스의 아름다움은 사랑의 환상보다 더하죠.

앙〓영어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예의바름이죠. “May I …” 또는 “I would like to …”(∼하고 싶습니다) 같은 표현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스며 있어 자주 사용합니다. 상대를 칭찬하는 표현은 정성스럽게, “It’s beautiful”(아름답습니다)보다는 “It’s unbelievably beautiful”(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답습니다)로요. 또 의미가 통한다고 해서 중간중간 생략하기보다는 문법적으로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진지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하죠. ‘절반’이란 표현도 “잇쓰 하프(It’s half)” 보다는 “잇쓰 하프 오브 잇(It’s half of it)”이 한결 품위있게 느껴져요. 영어는 짧은 문장 속에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죠. “A little thing means a lot”이란 문장은 ‘작고 조그맣고 섬세한 일부터 정성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죠.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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