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이 묻더군요. “당신은 세상 살아가면서 보고 싶은 사람이 없느냐”고…. 나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왜 없겠어요. 내 죽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은 얼굴이 있수” 했습니다. 남편은 더 이상 묻지 않더군요.
아마 남편은 내가 첫사랑의 남자나 그때껏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할 줄 알고 미리 겁 먹어 묻지 않았을 겁니다. 결혼 후 “남들은 아내의 과거를 묻는다는데 당신은 어째서 내게 과거가 있느냐 없느냐 묻질 않느냐?”고 했더니 “당신 미모(?)에 남자 한 둘이 아닐까 봐 두려워”라고 말했던 사람인지라 더 이상 묻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묻지 않는 신랑한테, 큰 소리로 말하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목이 메는지….
“나, 우리 엄마 꼭 한 번 보구 싶어.”
살아간다는 말이 ‘살다가 간다’는 말의 준말이라지만 다른 사람 다 가도 우리 엄마는 늘 살아계실 줄 알았지요. 겨울이 깊어 갈수록 엄마 생각이 더 납니다. 투병 생활로 이맘때 무척 힘들어 하셨으니까요.
엄마를 다시 만날 희망으로 종교를 가졌습니다. 기도문의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라는 말이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말이 되었으니까요. 정말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승의 시간은 엄마를 잊게 해 준 망각의 시간이 아니라 엄마와 한발 한발 더 가깝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새 엄마 곁에 20년이 넘게 가까워져가고 있으니 세월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나이 마흔 여섯. 사진 속 내 모습에 어쩌면 마흔 아홉에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이 있을는지….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살아계실 때 엄마의 모습과 같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젠 사진 찍지 말아야지. 엄마 생각이 더 나네.
김현숙 46·서울 마포구 도화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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