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내의 동양신화 연구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비해 상대적인 몰인식 속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신화 연구는 이미 한국신화 자체에 대한 탐구의 경지를 넘어 동양신화 전반으로 비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원오의 ‘동아시아 비교 서사학’(월인, 2002)은 최근 이 방면의 수확이다. 중국신화 방면의 최초의 노작인 정재서의 ‘산해경(山海經) 역주’(민음사, 1985)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중국신화에 대한 객관적 다원주의적 관점을 제시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이후 선정규의 ‘중국신화 연구’(고려원, 1996), 김선자의 ‘중국 변형신화의 세계’(범우사, 2001) 등의 저작에서도 중국신화를 주체적으로 읽으려는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동양신화에 대한 연구 업적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알기 쉬운 입문서가 적은 편이다. 이런 시점에서 쉽고도 재미있게 중국신화 전반을 소개한 ‘중국신화의 이해’(전인초 정재서 김선자 이인택 공저, 288쪽 1만2000원 아카넷)가 최근에 출간된 것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가운 일이다. 4명의 저자들 역시 중국 신화에 대해 이미 오랜 연구를 쌓아온 분들이라 이 책이 주는 신뢰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방대한 중국신화의 내용을 7개의 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중국신화의 정의와 자료문제 등 기초적 우선적인 문제를 다뤘고, 2장과 3장에서는 중국 신화 중 가장 보편적이며 특징적인 창세신화와 영웅신화를 논했다. 제4장과 5장에서는 중국신화와 중국문학, 중국신화와 민속의 상관성이 다양한 예문과 함께 흥미롭게 서술돼 있다.
특히 중국 신화의 문학적 변용을 시 소설 희곡 등으로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줌으로써 신화의 영향력을 다방면에서 입증하고 있다.
제6장과 7장에서는 비교 신화학적인 관점에서 중국신화와 한국신화, 나아가 세계신화와의 비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대의 중국신화란 오늘날의 중국이라는 지리적인 개념에만 국한되지 않은 동아시아적 사유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중국신화는 한국신화와 많은 신화적인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신화와의 비교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와 중국신화와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 8장은 상상력으로서의 중국신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현대사조와의 조우(遭遇)를 모색하고 있어서 가장 참신하고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산해경’부터 도교,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 현대물리학 그리고 가상현실까지를 종횡무진하는 글쓰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상상력으로써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몇 가지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화와 전설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여 책 중간의 분석 대상이 대부분 전설로 채워져 있는 점이나 신화는 상징적인 이미지로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늘 담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해석이 비교적 단조로운 점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쁘고 설레었다. 이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내어놓을 중국신화 소개서를 드디어 얻게 된 기쁨과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중국신화라는 상상의 바다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즐기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송정화(고려대 강사·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