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지앤지(G&G)그룹 이용호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김씨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성 부장에게 지난해 6월경 1000만원을 주었고 5억원짜리 통장으로 함께 주식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특검팀에 의해 밝혀졌다.
게다가 이 부장은 특검팀의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중순 회사 추천으로 호주의 공영방송인 SBS로 연수를 떠나 KBS가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부장을 해외로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부장은 특검팀 발표 직후 호주 현지에서 팩시밀리 전문으로 사표를 냈다. 그는 1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으로 KBS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KBS는 또 지난해 7월24일 1TV ‘클로즈업 오늘’을 통해 이용호씨 인터뷰를 내보냈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관리 감독 소홀’ 등으로 제작진을 징계한 바 있다. KBS의 한 간부는“‘클로즈업 오늘’사건 때 고위 간부와 이씨의 ‘교감설’이 떠돌았다”고 말했다.
조순용 주간의 정무수석 입성을 둘러싸고는 KBS 안팎에서 선거 보도의 공정성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정무수석의 임무가 정치권에 대한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선거 보도때 조 수석의 입김이 방송사에 작용할 우려가 높다는 것.
특히 KBS 내부에서는 조 수석이 정치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6월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의 ‘충성 메모 파문’ 당일 메인뉴스인 ‘뉴스 9’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노보의 지적을 받는 등 내홍을 겪은 점을 들어 조 수석의 ‘정치성’을 우려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에 대해 보도국 간부진에게 항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방송학자는 “두 사건은 정권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한국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