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의 키즈경제]밥상머리 자녀교육 경제적 훈련 저절로

  • 입력 2002년 2월 5일 16시 39분


유대인 가정에서는 식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모두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식탁에 모여 앉는다고 한다. 물론 일터로 나간 부모가 돌아와서 함께 식사를 할 때까지 기다린 후의 일이다. 이는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부모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일이기도 하고 식사 그 자체에 대한 고마움의 의식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중년세대는 외출한 어른들이 돌아와야 식사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식사를 하면서 부모에게 배운 일들이 오랫동안 습관으로 남게 된다. 내가 지금도 지키고 있는 일은 일단 받아든 음식은 흘리지 않으며 밥그릇의 밥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다거나 어머니나 아내가 자리에 앉아야 음식에 손을 대는 일 등이다.

가정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이렇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시간을 예절이나 경제적 훈련의 시간으로 삼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요즘처럼 인스턴트 음식이 어린이 입을 유혹하고 부모도 귀찮다는 이유로 외식을 자주 하게 되면 식사의 고마움을 경건하게 느끼기도 어렵고 어린이에게 식사예절을 통해 경제적 훈련을 시키기도 어렵다. 사실 가족끼리의 외식이 너무 잦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결코 잘 하는 일이 아니다. 서구 가정에서는 우리처럼 이렇게 외식이 잦지 않다.

내가 아는 몇몇 재벌 가정에서는 장성한 자식들이라 하더라도 한달에 일정한 횟수는 부모의 집으로 불러모아 식사를 함께 하면서 경영수업을 시키고 자녀의 경제적 감각을 다듬어 준다.

반면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일부 가정에서는 식사시간만 되면 어린 자녀와 전쟁을 하다시피 하며 밥을 먹이는 집들이 있다.

아이가 제대로 밥을 먹으려 들지 않아 발육을 걱정해 그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러는 사이 아이는 부모로부터 좋은 경제적 훈련을 받을 기회를 잃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밥은 부모가 아이에게 통사정을 하거나 애걸을 하며 먹이는 것이 아니다. 한끼의 식사를, 아이가 부모에게 진실로 감사하며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가르쳐 줘야 그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 어린이 경제교육은 다시 식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경기대 교수·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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