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아이와 강아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끝에는 아직 삶을 어쩌지 못하는 아이들의 가슴저림이 있다.
‘깨복이’의 창수와 깨복이.
부모님이 이민가면서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창수는 꼬깃꼬깃 용돈을 모아 강아지 한마리를 산다. 시장통에서도 가장 작은 ‘무녀리’(좀 모자라고 약한 강아지)를. 이렇게 시작된 만남은 화상 입은 강아지를 창수가 정성껏 치료하는 것으로 더욱 더 단단해진다. 그러다가 창수는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남겨진 깨복이의 그리움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만남’의 복순이와 복태.
IMF에 실직하고 알코올중독이 된 아버지와 식당에 일 나가는 어머니는 늘 돈 때문에 싸우고, 그 사이에서 복순이는 맘 붙일 곳이 없다. 어느날 복순이는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온다. 밥을 축낸다는 아버지의 꾸지람때문에 집에서 키우지 못하고 학교로, 친구 집으로 함께 다니며 애정을 쏟는 강아지. 이름은 자기 이름의 한 자를 딴 복태. 복순이는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복태를 남의 집에 보내지만 늘 그립다. 복태가 새로 맡겨진 집에서 ‘해피’라는 이름에 익숙해질 무렵 복순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로 떠나게 되고….
아이가 가장 외로울 때 힘이 되어준 강아지는 아이의 마음과 비슷하게 작고 초라하게 버려져 있었다. 둘은 서로 희망을 얻고 삶을 얻었다. 한쪽이 없으면 삶이 없어질 것 같지만 어느 만남에나 헤어짐이 있고 아이도 강아지도 각자의 방법으로 그 헤어짐을 감당해내고 있다. 마루 밑에서 창수를 기다리는 깨복이의 검게 파인 두 눈이나, 복태와의 헤어짐을 감당해내는 복순이의 뒷 목덜미는 만화가 가질 수 있는 문학성의 한 면인 것 같다.
아이들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만화를 보는 어른들의 시선에는 일종의 불안감이 있다. 만화와 불량서적을 동일시하는 교육을 받았던 세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만화와 문학 중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도 문학의 일부로 받아들여 좋은 만화와 나쁜 만화를 선택하는 일이 남아 있다.
만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재미가 돋보이는 창작물을 보고 있으면 부모세대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불량’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깨복이’는 아이들을 위한 순수한 만화 창작물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만난 참 반가운 책 한 권이었다.
김 혜 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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