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복거일이 최근 펴낸 풍자소설 ‘목성 잠언집’(중앙M&B)에서 ‘햇볕정책’과 언론사 세무조사 등 한국의 정치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인사정책 등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27세기 이후 인류가 목성의 위성인 ‘개니미드(가니메데)’에 진출해 독자적 문화를 꽃피웠으나 혜성 충돌로 멸망하고 만다는 가상의 역사를 담은 이 소설은 가상의 지도자와 문필가들이 남긴 어록을 바탕으로 ‘개니미드 학술원’이 주석을 붙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음은 소설에 담긴 어록과 주석의 주요 내용.
▽아주 작은 나라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대통령이 자신을 실제로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믿게 된다면 그것은 치명적 오만이 된다. 대통령은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할 시간이 없으며 그 문제들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불완전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대책은 대개 대증요법에 가깝다.
▽그는 실패한 지도자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골드슈타인 대통령은 ‘햇살정책’과 ‘6·23 동서 개니미드 공동선언’같은, 후일 역사가들이 눈여겨볼 만한 일을 수행했다. 그는 실의 속에 퇴임했으나 ‘앤소니 장’은 “카운디스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고서 누가 카운디스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것들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라고 그를 두둔했다.
▽오십 명이 넘는 국세청 요원들이 석 달 넘게 신문사를 뒤지면 그것은 언론 탄압이다〓골드슈타인 정권이 비판적 신문들에 대해 탈세 혐의를 밝혔다고 공표하자 야당 의원 콜롬보가 한 말. 집권 후 대통령의 변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독재자들로부터 줄곧 정치를 배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작가는 “‘6월 혁명이’ 일어난 지 14년이 넘었는데 우리 사회의 정치적 화두는 여전히 권위주의”라고 책을 쓴 의도를 밝혔다. 그는 “요즘엔 극단주의자들의 ‘책 태우기’마저 기승을 부린다. 시류를 거스르는 글 한 편을 쓰는 데 얼마나 큰 도덕적 용기가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덧붙이면서 이 책에 대한 논란을 ‘각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