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크기 반도체개발 ‘물꼬’ 강세종 숭실대교수

  • 입력 2002년 2월 8일 23시 52분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극소형 탄소튜브의 전기적 성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이로써 지금의 실리콘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배나 높은 ‘분자 크기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숭실대 물리학과 강세종(姜世鍾·사진) 교수는 8일 미국 일리노이대 및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과 함께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탄소튜브 속에 축구공 모양의 탄소원자인 ‘풀러렌’을 넣고 이 축구공을 움직여 전기적 성질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의 과학권위지 ‘사이언스’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탄소튜브는 미래의 반도체, 배터리, 센서, LCD 소재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물질이다. 현재의 실리콘 소재 반도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분자형 크기의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연구진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튜브 속에 풀러렌이 들어있는 이 물질을 ‘콩깍지 나노튜브’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진은 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의 탄소튜브와 풀러렌을 섞어 열을 가하면 분자들 사이의 자기조립 현상에 의해 풀러렌이 튜브 속으로 들어가는 성질을 이용해 ‘콩깍지 나노튜브’를 만들었다. 이어 나노튜브 바깥에서 주사터널링 현미경(STM)의 바늘로 힘을 가해 튜브 속의 풀러렌을 이동시킨 결과, 풀러렌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전기전도도 등 나노튜브의 전기적 성질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탄소 나노튜브(지름 1.4㎚)는 탄소 원자가 빨대 모양으로 결합된 물질이며, 풀러렌(지름 0.9㎚)은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을 하고 있는 분자이다.

강 교수는 “현재 실리콘 반도체의 선폭은 130㎚까지 와 있지만, 선폭을 줄이는 것이 거의 한계에 와 있다”며 “실리콘 반도체 선폭보다 지름이 100분의 1인 탄소 나토튜브로 회로를 만들면 이론적으로 현재보다 집적도를 1만배가량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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