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자연주의 화장품은 마음에 안정을 준다’는 점을 강조해 자연과 사람의 감성을 접목하려 함으로써 단순히 “성분이 식물성이다”고 내세웠던 이전 제품과 마케팅 기법면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나노 테크놀로지’ 등에 힘입어 전체성분의 0.05% 함유만으로 ‘식물성 화장품’이라고 선전했던 4, 5년 전과 달리 식물성 성분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이 나오고 있어 기능면에서도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최근 뷰티 매거진 ‘향장’ 400호 특집판을 통해 화장품의 시대별 트렌드를 짚은 최상구 태평양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20세기 말부터 화장품 시장의 큰 축을 이루기 시작한 자연주의 화장품들은 유기농 원료를 사용했다는 ‘성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면서 “요가, 명상과 같은 정신적인 활동과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마인드 테라피’ 개념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물성 화장품의 출시는 최근 몇 년에 걸친 광우병 파동 이후 소의 태반 등을 이용한 동물성 화장품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 주문자 상표 부착(OEM) 화장품업체 한국콜마 배병훈 마케팅팀장의 분석이다.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제품을 중심으로 자연주의 화장품에 포함된 식물성 성분의 기능을 살펴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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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포함된 비타민 A와 타닌성분은 피부 세포나 점막 세포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특히 녹차에 함유된 카로틴 성분은 지용성이므로 요리할 때 가루로 만들어 넣어 먹으면 흡수가 잘 된다. 또 비타민 A, C, E는 피부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산소를 막고 멜라닌색소가 침착되는 것을 막는다.
이 달 초부터 출시되는 코리아나화장품의 ‘엔시아 티 플러스’는 루이보스, 감잎, 재스민차에서 우려낸 성분을 제품에 따라 15∼25%까지 함유시켰다. 시판사업부 오명석 부장은 “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보보스족의 등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감성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개발, 기획, 판매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美), 즐거움(遊), 윤택함(潤), 창조성(創)을 내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내놓아 온 오리진스도 최근 어린 화이트티 잎을 성분으로 한 에센스 ‘퍼펙트 월드’를 선보였다. 15일부터는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화이트티 한 잔씩을 제공하는 ‘티 이벤트’도 벌일 예정. 마시는 차는 판매하지 않지만 차의 이미지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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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지방에서 재배되는 꽃 ‘이모르텔’은 영국식 이름이 ‘에버레스팅 플라워’로 쉽게 시들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원액에는 항균, 항염, 항박테리아 성분도 함유돼 있다. 최근 록시땅은 이 꽃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주성분으로 한 신제품 ‘이모르텔(Immortelle)’라인을 선보였다. 매장 인테리어도 목재가구에 나뭇잎 무늬를 새긴 가구로 꾸미거나 매장에 과일, 약초 향을 피워 쇼핑 단계부터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마인드 테라피’도 병행하고 있한다. 보디숍도 ‘코튼 화이트’ 샤워젤과 보디로션을 다시 내놓았다. ‘평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흰색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청포도유해한 산소가 피부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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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방지 효과가 있고 단백질, 비타민과 수분이 많은 청포도는 식물성 화장품의 원료로 자주 쓰여 왔다. 지난해 말 출시된 LG 오휘의 ‘웨이크업 모닝 에센스’도 제품 광고 컷에 싱싱한 청포도를 접목시켰다. 제품에 따라 5∼10%의 청포도 성분이 함유돼 있다. 지난해 12월 수입돼 ‘자연, 건강, 환경, 만족스러운 삶의 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가르니에의 대표적인 상품은 포도씨 오일 추출물을 함유한 영양 헤어팩 ‘뉴트리스’. 포도의 미네랄 성분이 모발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 컨셉트다.
●알로에&이끼피부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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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는 아미노산, 비타민 A, B, C, D, E 등을 고루 함유하고 있다. 알로에즙과 오이즙, 달걀을 섞어 직접 영양보습팩을 만들 수도 있다.헤어제품에도 응용돼 지난달 아베다의 ‘행 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닝 로션’이 나왔다. 아베다는 최근 메이크업 제품으로는 드물게 아일랜드 이끼 성분을 담은 마스카라 ‘모스카라’를 선보였다. 이끼는 속눈썹을 길어 보이게 하는 기능적 효과가 있다.
●토마토&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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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에 포함된 라이코핀 성분은 피부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경 출시 예정인 키엘의 ‘라이코핀 훼이셜 모이스처라이징 로션, 크림’은 맛있고 싱싱한 토마토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지난달 나온 에스카다 코스메틱의 ‘아로마 릴리프 크림’도 해발 1000∼3000m의 고산 지대에서 자라는 깨끗한 스위스 알파인 허브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 佛 록시땅 올리비에 보송 회장 "순식물성 성분, 바르고 먹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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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한한 프랑스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L’Occitane)의 창립자 올리비에 보송(50)을 만나 자연주의 화장품의 세계적 트렌드와 응용법에 대해 들었다.
보송 회장은 76년 록시땅 설립 당시부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순식물성 원료를 발굴, 제품 생산에 응용해 온 인물이다.
겉모습도 최고경영자(CEO)라기보다는 생태학자나 오지 탐험대원에 가까운 그는 “프랑스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땅’에서 나오는 식물들을 반기고 있어 새로운 식물 원료 발견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록시땅의 인기제품인 ‘시어버터’ 라인도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공화국 여인들의 미용 비법이 그곳 특산인 시어나무 열매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만든 것이다.
겨울철에 특히 건조한 부르키나 파소의 여인들은 이 시어 열매를 으깬 뒤 얼굴에 발라 피부 건조를 막았다. 시어 열매는 먹을 수도 있는데 보송 회장은 “최근 자연주의 화장품의 트렌드는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고 고도로 정제된 순식물성 제품의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송 회장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아로마 오일 역시 몸에 발라도 되고 소량이라면 먹어도 되는 제품. 일년의 반 이상을 해외출장지에서 보내는 그는 장시간 비행으로 심신이 피곤해졌거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앞두고 정신집중이 필요할 때 허브향이나 박하냄새가 나는 아로마 오일을 몸에 바르거나 혀에 살짝 찍는다.
각종 식물성 오일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건조해지는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도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목, 손등 등 쪼글쪼글해지기 쉬운 곳에 골고루 펴바르면 주름 방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송 회장은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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