聽-들을 청 讖-비결 참 敏-재빠를 민
端-끝 단 喪-죽을 상 運-운세 운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은 修養의 한 척도가 되었다. 우리 조상들도 ‘敏行愼言’(민행신언)이라 하여 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말은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말을 잘못해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口舌數(구설수)라고 하거니와 일단 내 뱉은 말은 다시 거둘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
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다. 말 자체에 吉凶(길흉)을 좌우하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보아 무의식중에 한 말일지라도 그것이 事端(사단)이 되어 예기치 못한 화를 입을 수도 있음을 경계한 말이리라. 그래서 우리나 중국이나 말은 禍福(화복)의 근원이 된다고 여겨 말조심, 입조심을 강조했다. ‘病從口入, 禍從口出’(병종구입, 화종구출·病은 입으로 들어오고 禍는 입에서 나온다)도 알고 보면 그 같은 심리를 반영한 말이라고 하겠다. 특히 하루의 시작인 아침과 한 해의 시작인 설날 주고받는 말은 더 없이 중요하다고 여겨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며 반드시 吉祥(길상)을 뜻하는 내용으로 골라 하였으니 德談(덕담)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吉凶을 判斷(판단)했던 것으로는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새나 짐승의 울음소리도 있었는데 그것이 所謂 聽讖이다. 앞일에 대하여 吉凶을 판단하는 것을 ‘讖’이라 하거니와 지금도 讖言이니 圖讖(도참)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니까 소리를 통해 일종의 점을 치는 것으로 이런 습속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좋은 소리를 듣게 되면 그 날 하루도 만사가 형통하지만,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되면 그 날 하루의 일진이 좋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를테면 아침 일찍 까치소리를 들으면 그 날은 길하고, 까마귀 소리나 喪家(상가)의 哭(곡)소리, 그리고 가축을 도살할 때 나오는 소리 따위를 들으면 흉한 것으로 여긴 것이 그렇다. 특히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 날 아침에 들은 짐승소리는 그 해의 年運(연운)을 좌우한다고 여겨 무척 중시했다.
이 때문에 길한 소리를 듣기 위해 설날 이른 새벽부터 까치가 깃 든 곳을 찾아다녔는가 하면 아예 까치가 몰려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집 주위에다 나무를 심어두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새 소리 하나에도 吉凶을 부여했던 우리네 조상들의 소박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새해 벽두부터 주고받는 德談도 어찌 보면 聽讖의 습속에서 빚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답답한 세상, 연초부터 뭐 좀 기분 좋은 소리는 없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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