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봄에 선보이는 진주세팅은 치렁치렁 여러 줄로 진주알이 겹쳐지거나 배꼽까지 길게 늘어진 모양, 옷 위에 촘촘히 박히는 대담한 디자인이다. 단아하게 한 줄로 내려뜨려진 목걸이, 그와 짝을 맞춘 귀걸이라는 기존의 단정한 코디네이션 공식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펄 패션 붐은 국내적인 현상만이 아니다. 샤넬은 봄 여름 의상의 메인 테마로 진주를 선택했다. 캐롤리나 헤레라는 진주를 연상시키는 구슬로 옷 전체를 장식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국내 백화점 여성의류 판매코너에도 경쟁하듯 진주소품으로 멋을 낸 봄옷들이 들어차고 있다. I.N.V.U, 블루페페 등 국내 여성브랜드들이 봄, 여름용으로 선보인 카탈로그 사진에도 어김없이 진주가 연출용 소품으로 이용됐다.
● 왜 진주 붐인가
I.N.V.U의 황승주 디자인팀장은 “올 봄의 유행이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의상인데 여기에 고전적인 멋을 내는 진주가 아주 잘 어울리는 소품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70년대의 패션 리더였던 재클린 케네디가 라운드 네크라인의 원피스 위에 즐겨 착용했던 단아한 한줄짜리 목걸이부터 히피를 떠올리게 하는 개성 있는 연출법까지 복고풍 의상에 진주를 매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서울산업대 최승욱 교수(금속공예디자인과)는 “진주는 인위적인 공정과정이 가장 적은 보석”이라며 “복고풍 의상들이 인공미, 형식미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것도 진주와 잘 어울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주에 색을 입히는 염색 기술 및 가공법의 발달로 오렌지색 핑크색 등 진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진주를 소품으로 이용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 펄 패션
최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02 봄, 여름 샤넬 패션쇼’는‘진주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스포티한 복장부터 깔끔한 정장까지 분위기가 다른 옷들은 물론이고 허리띠 장식, 부츠 장식 등 액세서리에도 여러가지 길이와 용도로 진주가 이용됐다. 허산주 샤넬 홍보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의상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우아함을 상징하는 진주를 메인 테마로 삼았다”고 말했다.
최근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는 진주를 포인트로 이용한 옷이나 진주소품들이 의상과 함께 코디네이션 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성복 브랜드 레니본은 목부분에 아기자기한 진주가 커다란 리본모양으로 촘촘히 달려 있어 소녀적인 이미지를 내는 니트를 선보였다.
크림은 연오렌지색 봄 투피스와 잘 어울리는 단아한 이미지의 세겹 진주를, 에콜드파리는 작은 진주를 여섯겹 겹쳐 벨트 겸 목걸이로 쓸 수 있는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쉬즈미스는 넥타이처럼 묶을 수 있는 세줄짜리 진주 목걸이를 선보여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의류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진주 액세서리는 대부분 모조 진주로 가격대가 8만∼10만원 안팎이다.
● 어떤 디자인이 트렌디?
진주 전문 브랜드 다사끼지니아와 투스 아모르의 디자이너 황혜경 부장은 목걸이의 경우 쇄골부위까지 내려오지 않고 목에 딱 달라붙는 초커(choker)스타일과 그와는 정반대로 한 줄로 길게 늘어뜨려 넥타이처럼 묶거나 고정시킬 수 있게 되어 있는 롱 스타일이 올 봄에 가장 인기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단조롭게 진주알만 연결시키는 것보다는 사파이어, 루비 등 투명한 보석을 중간중간 연결시킨 제품도 유행 아이템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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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undance 풍성함
긴 진주 목걸이를 치렁치렁하게 걸어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이 새로운 진주 액세서리 트렌드다. '2002 샤넬 패션쇼'에 선보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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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lliance 화려함
굵은 진주 목걸이를 두 겹 이상 겹친 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등 투명한 보석들을 군데군데 섞어 화려함을 더한 디자인이 인기를 모을 전망. 샤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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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ker 초커
전문가들은 치렁치렁한 '롱 스타일'과 함께 이에 대비되어 목에 딱 달라붙는 '초커 스타일'을 올 봄 유행 아이템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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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formation 변형
청재킷처럼 캐주얼한 차림에 사교 모임에나 어울릴 법한 드레시한 진주 액세서리를 곁들이는 파격적인 연출법도 올 봄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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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egance 우아함
긴 진주 목걸이를 '초커 스타일'과 '롱 스타일'을 섞어 연출하면 올 봄 패션 트렌드인 '여성스럽고 우아한 멋'을 쉽게 연출할 수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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