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올이 링 림포체를 만난 까닭은?

  • 입력 2002년 2월 25일 14시 29분


도올 김용옥(金容沃·52·사진 오른쪽)이 링 림포체(17)를 만난 까닭은?

지난해 화제 속에 방영된 KBS TV 도올의 논어 이야기 진행을 중단한 뒤 종적을 감추다시피한 도올이 23일 경기 고양시 마두동의 통도사 일산 포교당 여래사에 나타나 방한중인 링 림포체를 만났다.

링 림포체는 티벳 불교에서는 달라이라마와 함께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존재. 링 림포체는 후대 달라이라마가 어렸을 때 불교 철학의 교육을 담당하는 한편 달라이라마 유고시 섭정을 담당할 수 있는 고위 승직이다.

영어로 진행된 이 만남은 저녁을 곁들여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으며 티벳 불교를 중심으로 학문과 한국 불교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도올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인도를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고 말해 그의 최근 ‘화두’ 가 티벳 불교임을 암시했다. 그는 1월 인도 부다가야에서 열린 티벳 불교의 칼라차크라 법회에 참석했고 그 현장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기도 했다.

도올은 링 림포체에게 “‘칼라차크라’ 에서 달라이라마와 나눈 대화와 티벳 불교를 다룬 책을 준비하고 있다” 면서 “티벳 불교는 수행 단계마다 체계가 잘 정립돼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두사람의 대화는 “강원(講院)에서 요즘 어떤 것을 배우는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으냐” 는 등 도올이 링 림포체에게 질문을 주로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링 림포체는 “부처님의 사상을 담은 반야경과 이를 풀어서 설명한 ‘중관(中關)사상’ , 대승불교를 실천하는 과정을 담은 ‘육바라밀’ , 논리학을 담은 ‘인명학(因明學)’ 을 배운다” 고 설명했다.

칼라차크라 법회에서 도올과 잠시 조우한 적이 있는 링 림포체는 도올에게 특히 “티벳 불교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으냐” 며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도올은 “요즘 종카파의 ‘보리도차제광론’ 을 읽고 있다” 고 말했다. ‘보리도차제광론’ 은 티벳 불교의 수행 체계를 정리한 것으로 티벳 승려에게는 교과서적인 경전이다.

링 림포체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불교와 티벳 불교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느냐” 고 물었다. 도올은 “선(禪)을 통한 직관적인 깨달음이 한국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 라고 답변했다.

링 림포체는 “도올의 티벳 불교에 대한 관심과 열의에 놀랐다” 면서 “매우 진지하고, 또 다채로운 경험을 가진 재미있는 분 같다” 고 말했다.

링 림포체를 초청한 통도사 서울 포교당 구룡사측은 “도올이 조만간 답방 형식으로 링 림포체를 초청할 뜻을 밝혔다” 고 전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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