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황종연 논쟁' 가열

  • 입력 2002년 2월 26일 00시 37분


문학평론가 황종연 동국대 교수의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문학동네·2001.2)이 다양한 해석을 제공하면서 출간 1년만에 문학비평계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발행된 계간지 ‘세계의 문학’ ‘창작과 비평’ 봄호는 나란히 ‘황씨가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이 문제는 황씨가 그동안 옹호해온 1990년대 작가들에 대한 의미 부여와 함께 앞으로 논쟁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평론가 박성창(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은 ‘세계의 문학’에 실린 ‘비평과 진실-과잉 해석된 (포스트)모더니티와 1990년대 문학’에서 “(황종연의) 90년대 문학에 대한 옹호와 정당화에는 과잉 해석된 모더니티 혹은 포스트모더니티가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황씨의 ‘90년대 문학은 개인과 사회를 지배하는 이른바 미시권력과의 싸움을 투철하게 수행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정치적이다’라는 주장을 인용하면서, 그러나 이런 의미부여가 개별 작가나 작품에 대해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씨가 80년대에 비해 낯설고 도발적인 90년대 소설들에게 ‘진정성’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윤지관 교수(덕성여대 영문과)가 ‘창작과 비평’에 기고한 평론 ‘놋쇠 하늘에 맞서는 몇가지 방법-리얼리즘·모더니즘·민족문학’도 ‘황씨가 90년대를 반이성중심의 포스트모던 시기로 해석한 결과 장정일 백민석 등의 작품에 나타나는 혼돈을 지나치게 의미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모더니즘 경향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적인 틀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다며 이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국 모더니스트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즉 90년대 작가들이 낯설고 파격적이며 ‘비루한’ 주인공들을 제시하는 데 대해 황씨는 이를 ‘위반과 전복’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는 반면 박성창 윤지관씨는 오히려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지나치게 나타난 결과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문제제기에 대해 평론계는 “모처럼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논전이 기대된다”는 분위기다. 한 문예지 관계자는 “두 사람이 ‘비루한 것의 카니발’에 일정한 가치와 의미부여를 하면서 응답이 나올 만한 문제를 제기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기존의 ‘문학권력’ 논쟁 등과 달리 이번은 논쟁 과정에서 서로의 시각을 좁힐 수 있고 90년대 문학에 대한 보편적 시각을 담보할 수 있는 등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종연 교수는 이에 대해 “두 사람이 (나를) 바람직한 논쟁 파트너로 인정해 준 점이 기쁘다”며 “‘창작과 비평’ 여름호 등 다음 계간지를 통해 ‘진정성과 해석의 문제’ ‘80년대적 리얼리즘과 90년대적 모더니즘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