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벽
“상담 하려고 입학관리처 담당자를 찾아가면 명문 대학일수록 차갑게 대합니다. ‘어디서 놀다 와서 감히 이 대학을 넘보느냐’는 시선이 역력해요.”
“전체적으로 특례생을 ‘덤’으로 보는 분위기예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귀국 후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로 편입했는데 한 학기만에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뛰어 올랐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어차피 넌 내신을 산정하지 않는 특례로 대학 갈 텐데 우리 등수 깎아내리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제 친구 하나는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특례입시가 더 힘들다는 걸 알고 아이만 서둘러 귀국시켰어요. 입시준비를 빨리 시작해서 결국 일반 전형으로 의대에 진학했죠.”
▼입시전쟁
“학교에서도 특례생들만을 위한 학급을 만들기 어려워서인지 ‘각자 공부하라’고 해요. 그래서 학원에 매달리게 되죠. 특례 전문 ‘족집게 강사’들은 몸값이 상당한데도 시간이 없어서 학생을 못 받는다더군요. 이 사람 잡으려면 청와대의 누구누구를 통해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예요.”
“시험문제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영어 문제를 미국 선생님에게 보여주니까 ‘박사코스용 문제냐’고 하더래요.”
“영어시험을 보는 학교들이 많으니 영어권 국가에서 살았던 아이들에게 유리하죠.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는 더 어려워요.”
▼‘연어’를 자청하는 이유
“우리 아이는 선생님이 영국에 남아서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하라고 할 정도로 공부를 잘 했어요. 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서 데리고 귀국했어요.”
“부모는 귀국하는데 아이만 남겨놓고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려면 학비, 체재비가 만만치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죠. 외국 문화 속에서 인종차별도 겪어본 아이들이라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거든요.”
“성적 자체로 보면 시험제도에 익숙한 한국 아이들보다 떨어지겠지만 창의성, 타 문화에 대한 개방성 등 측정하기 힘든 장점도 많다는 데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을까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